[경인 WIDE] 일상 많은 것들 오른손잡이 편의 맞춰져 '불편'

대한민국 왼손잡이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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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곳곳에서 왼손잡이들은 일상적인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른손잡이를 위한 대학 강의실 기역자 책상. 왼손잡이들은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양손잡이가 되거나 오른손잡이인 척 살아가고 있다. 2022.4.3 /김금보·김도우기자 artomate@kyeongin.com

직장인 A씨가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 들어선다. 개찰구 오른쪽에 위치한 태그에 교통카드를 가까이 댄다. 직장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탄 후 오른쪽에 위치한 버튼을 누른다. A씨 책상에는 컴퓨터가 놓여있다. 마우스는 오른쪽에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사이트 오른쪽에 위치한 로그인 창을 바라본다.

누군가에겐 지극히 익숙한 모습이지만, 왼손잡이라고 생각하면 끝없이 불편한 일상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것들이 오른손잡이의 편의에 맞춰져 있다.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역자 책상이 대표적이다. 왼손잡이가 필기를 하려면 몸을 90도로 틀어야 한다. 왼쪽과 오른쪽의 클릭 기능이 다른 컴퓨터 마우스 역시 오른손잡이용으로 맞춰져 있어 왼손잡이가 수월하게 사용하려면 별도의 설정을 통해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 2014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8월 13일 '국제 왼손잡이의 날'을 맞아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가 왼손잡이였다. 이들 가운데 37%는 "일상생활에서 왼손잡이라 불편하다"고 말했다. 편리함의 문제를 넘어 안전과 직결되기도 한다.

군대 내에서 왼손잡이 다수는 불편한 오른손을 사용해 사격을 한다. 수류탄을 던질 때도 왼손잡이는 수류탄을 거꾸로 들고 준비 자세를 취해 사고 위험이 가중된다. 한국전력공사가 2019년 상반기까지 안전 문제와 기존 매뉴얼 등을 이유로 전기·전자 기술직군 채용시 왼손잡이를 배제했던 것처럼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하철역 개찰구 교통카드 태그 위치
승강기 버튼·군대 사격 모두 오른쪽
'우 편향 문화' 왼손잡이 실종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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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곳곳에서 왼손잡이들은 일상적인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른손잡이를 위해 오른쪽에 위치한 지하철 개찰구. 왼손잡이들은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양손잡이가 되거나 오른손잡이인 척 살아가고 있다. 2022.4.3 /김금보·김도우기자 artomate@kyeongin.com

오른손잡이 위주의 문화는 우리나라 왼손잡이의 '실종'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유럽의 왼손잡이 전문 사이트 'leftyfretz'가 전 세계 왼손잡이 비율을 조사했는데,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비율은 2%로 나타났다.

2014년에 이뤄진 한국갤럽 조사보다도 비율이 낮아졌다. 조사 대상과 방식 등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도 해당 조사에서 전 세계 인구의 12%가 왼손잡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왼손잡이 인구 비율은 상당히 낮은 수치다.

설 자리가 좁은 국내 왼손잡이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나 단체도 전무한 상황이다. 1999년 왼손잡이의 인권 신장을 위해 한국왼손잡이협회가 출범했지만 2005년 협회장의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는 왼손잡이 관련 두드러지는 활동을 하는 단체는 없는 실정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국제왼손잡이협회가 1976년부터 매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하고, 왼손잡이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정치권에서도 사정이 다르진 않다. 2003년 당시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이 왼손잡이를 위한 편의시설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유일했다. 하지만 입법에 이르진 못했다.

왼손잡이, 세계 '12%' 한국 '2%'뿐
국내 전문가·단체는 전무한 상황

지난 2020년 총선에 왼손잡이 인권 신장 공약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바람도 감지되고 있다.

당시 김재원 미래통합당 희망공약개발단장은 왼손잡이 기본법 제정을 약속했다. '왼손잡이 기본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왼손잡이 인식교육을 실시하고 실생활에서 왼손잡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종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게 골자다.

당시 공약을 발표했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아버지가 왼손잡이고 주변에 왼손잡이가 많다. 어렸을 때 왼손잡이용 낫을 사러 30리를 걸어간 적이 있다. 당시 왜 '왼손잡이들은 불편하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은 지금도 만연해 있다. 인식이 바뀌어야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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