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선수(오른쪽)와 강명숙 코치 / 이현정 제공.
이현정 선수(오른쪽)와 강명숙 코치. /이현정 제공

한국 장애인 여자 역도의 '대들보' 이현정(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나서 많은 국내 팬들의 응원 속에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현정은 14일부터 1주일간 평택 안중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세계 장애인 역도 아시아·오세아니아 오픈선수권 86㎏ 이상급 출전을 앞두고 "운동을 시작하고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국제대회라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메달을 꼭 따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현정은 명실상부 국내 장애인 역도 중량급의 '간판'이다. 24살인 2009년, 역도에 입문한 그해 전국장애인체전 86㎏ 이상급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이루며 아시아권에서 줄곧 체급 최고 자리를 유지했다.
 

역도 선수로 주목만큼이나, 그의 삶도 바벨을 든 뒤 한결 다채로워졌다. 대학 졸업 무렵, 부모님처럼 가까이 지내던 자원봉사 활동가의 제안으로 역도에 발을 처음 들인 이현정은 "기록을 세우는 것에서 얻는 성취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역도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전보다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역도를 만나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24살 바벨 입문 '인생 활력 얻어'
어깨·팔꿈치 부상 슬럼프 극복
"내년 AG에서 최고기록 들 것"


사실 최근까지 이현정은 큰 슬럼프를 겪었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이 통 낫지 않아 기록도 한동안 멈춘 채 올라가지 않았다.

이현정을 지도하는 강민숙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역도팀 코치는 "비장애인 역도 종목과 달리, 장애인 역도는 등과 팔 근육에 의존해 기록을 내야 하는데, 현정 선수가 그 부위의 부상으로 기록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돼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습 때 본인 최고 기록(126㎏) 정도까진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역도 종목은 비장애인 역도가 바닥에 있는 바벨을 인상과 용상 동작으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방식과 다르게 벤치 프레스 스타일이다.

선수가 벤치에 등을 대고 누운 뒤 바벨을 가슴에 붙이고, 심판 신호에 따라 두 팔을 위로 뻗는데 이를 보고 심판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이 때문에 이현정에게 등과 팔 부위 부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현정이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인 데다, 무엇보다 실전에 강점이 있다는 것에 강 코치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강 코치는 "현정 선수가 대회만 나가면 대단하게 집중력이 좋아진다"며 "선수를 더 믿고 무게를 올릴 수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힘을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정은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이듬해 열릴 예정인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지금 (30대 중반) 나이도 동료 선수들에 비해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이들을 보고 힘들 때 마음을 다잡는다"며 "무게를 더 들기 위해 체중도 조금 불렸는데,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기록을 목표로 준비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