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사람, 퀴어

[통큰기획-가장 보통의 사람, 퀴어·(上)] 경기도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이렇게나 많은 소수자들, 함께 설 자리 없을까요?
입력 2022-07-17 20:27 수정 2024-06-04 14: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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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퀴어가 산다. '이상한·기이한'이란 의미의 단어 퀴어(queer)는 게이·레즈비언·트랜스섹슈얼·바이섹슈얼과 같은 다양한 성소수자를 아우르는 말이다.

경기도에 사는 퀴어들은 다르면서도 같은, 같으면서도 다른 삶을 산다. 사람을 만날 장소가 필요하고, 사랑을 나눌 기회를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퀴어는 비(非)퀴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가 있는 법과 조례 울타리에 들어갈 수 없고 나날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면에서는 사뭇 다르다. 특히 다름을 인정해 줄 것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투쟁해야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다르다.

퀴어는 단어의 의미와 달리 보통의 사람이다. 때론 싸우고 때론 울며 자주 웃으며 매일 마음 나눌 사람을 찾아 나서는 우리 곁 퀴어를 만나본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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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고 있다. ‘이상한·기이한’이란 의미의 단어 퀴어(queer)는 게이·레즈비언·트랜스섹슈얼·바이섹슈얼과 같은 다양한 성소수자를 아우르는 말이다. 사람을 만날 장소가 필요하고, 사랑을 나눌 기회를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퀴어는 비(非)퀴어와 다르지 않다. 2022.7.1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퀴어 동아리' 가입한 대학생들
비슷한 성향 친구들 만남 기회
"그냥 일반 동아리와 똑같아요"
사람 만나서 친목 다지려고요
그냥 일반 동아리랑 똑같은 거죠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외행성' 회장 예림(활동명·21)씨는 '퀴어 동아리에 가입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핵심을 짚었다. 여느 동아리처럼 또래를 만나 웃고 떠들고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학생에게 동아리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희로애락을 나누는 공간이다. 퀴어 동아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나 누구한테 까였어(차였어). 이게 친구들끼리 술 마시면서 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인데, (퀴어 동아리에서) 스스럼없이 꺼내서 말할 수 있는 거죠."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하이퀴어' 회장 A씨는 연애사를 회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학교 합격 통지를 받은 뒤 이들은 퀴어 동아리부터 찾아봤다고 한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아쿠아' 회장 B씨는 "대학교에 가면 퀴어 동아리를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퀴어 정체성을 깨달았다. 퀴어가 아닌 친구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던 적이 많았다. 대학에 가면 퀴어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얘기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퀴어도 다른 사람들처럼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청소년기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중·고교 시절 온라인을 통해 음성적으로 퀴어에 대해 살펴보던 그들은 성인이 돼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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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고 있다. ‘이상한·기이한’이란 의미의 단어 퀴어(queer)는 게이·레즈비언·트랜스섹슈얼·바이섹슈얼과 같은 다양한 성소수자를 아우르는 말이다. 사람을 만날 장소가 필요하고, 사랑을 나눌 기회를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퀴어는 비(非)퀴어와 다르지 않다. 2022.7.1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또래 만나 내향적 성격도 변화"
'존재의 확인' 삶에 구심점으로
회지 만들어 '다수가 공감' 노력

B씨에게 동아리는 유독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B씨는 "내향적인 성격이었는데 퀴어 동아리 모임에 계속 다니고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격도 바뀌었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을 만나도 어딘지 모르게 겉도는 느낌, 아우팅*위험 때문에 성격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는 비단 B씨 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들 세 명의 삶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림씨는 '존재의 확인'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사실 성소수자는 이 세상에 나 홀로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퀴어 동아리는 '세상 사람들은 나랑 너무도 다르다'처럼 혼자만 하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에요."

A씨는 하이퀴어 동아리 운영 철학으로 '가시화의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금은 사실상 성소수자의 인권이 역행하게 되는 '백래시'* 시기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가시화에 초점을 두고 활동 중입니다."

성 정체성을 숨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퀴어의 삶을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뜻이다. 한양대학교 '하이퀴어'는 지난해부터 동아리 회지를 작성해 온라인을 통해 학우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A씨는 "퀴어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활자로 기록해두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3면([통큰기획-가장 보통의 사람, 퀴어·(上)] 행사·의료까지 중앙 집중… "지방은 무지개 안보여" 볼멘소리)

/신지영·이시은·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아우팅: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 가시화의 시대: 퀴어와 같은 성소수자가 표면으로 드러난다(가시화된다)는 의미에서 퀴어세계에 통용되는 단어
* 백래시: 성소수자 등 기존과 다른 가치에 대한 사회적 반동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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