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인천시립무용단 문예회관서 '토요춤·담:춤 담은 자리'

농염하게, 씩씩하게, 슬프게 나부낀 몸짓… 고통 떨쳐내려는 '살풀이춤' 차이 한눈에
입력 2022-07-25 19:02 수정 2022-07-26 10:49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26 15면

 

굿을 관통하는 핵심 언어는 무당의 몸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사나운 기운을 막아내기 위해 굿을 했고 그 굿에서 '살풀이춤'이 시작됐다. 살풀이의 사전적인 뜻은 '타고난 살(煞)을 풀기 위하여 하는 굿'이다. '살'(煞)은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모질고 독한 귀신의 기운을 말한다.

지난 23일 오후 5시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진행된 인천시립무용단의 '토요춤·담:춤 담은 자리' 공연은 우리 민속춤인 '살풀이춤'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속성과외'와도 같은 시간으로 꾸며졌다.

개인적으로 살풀이춤을 처음 접해보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이 자리가 불편하거나 무섭지 않았다. 윤중강 평론가가 이날 '과외선생'으로 나서 공연을 함께해 내심 든든했다.

'타고난 살' 풀기 위해 굿판서 시작
민간으로 이어지다 무대무용 정착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속춤은 크게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이라고 한다. 그중 살풀이춤은 지역과 계층을 떠나서 가장 널리 분포된 춤이다. 태평무는 나라의 안녕을 바탕에 둔 궁중적 성격의 춤이고, 승무는 불교에 뿌리를 둔 춤이다. 승무와 태평무가 춤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와 관객이 제한적이었다면 살풀이는 그렇지 않았다.

살풀이는 여러 장소 공간에서 여러 계층의 사람과 만났다. 살풀이에는 수건춤이라는 별명도 붙어있다. 굿판에서 시작된 춤은 민간으로 이어졌다. 조선 후기 각 지역에 설치된 기생양성소인 '교방청'에서도 수용했다. 그러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선보이는 홀춤 형태의 무대무용으로 정착했다.


한영숙·이매방·김숙자·최선·최현
현재 전해져오는 5개 류파 춤 재현


이날 시립무용단의 다섯 무용수는 현재 전해져오는 5개 류파(流派)의 살풀이를 선보였다. 신은진은 한영숙流, 김도희는 이매방流, 송미록은 김숙자流, 김윤서는 최선流, 임승인은 최현流 등을 재현했다.

이날 무대는 각기 다른 시점에 다른 장소에서 이 춤을 보았더라면 알아차리기 힘든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영숙류가 경기도에 뿌리를 둬 담백하고 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춤이었다면 이매방류는 남도에 뿌리를 둬 훨씬 구불구불한 '농염한 교태'가 충만했다.

김숙자류는 무용수가 입은 옷부터 달랐다. 흰 화려한 옷이 아니라 훨씬 단순해 보이는 치마저고리를 흰 끈으로 허리를 묶은 후 춤을 췄다. 예쁘게 보이려는 몸짓은 거의 없었는데, 윤 평론가는 '굿판의 원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최선류는 다른 살풀이와 비교하면 씩씩하고 동작이 분명했다. 다른 살풀이춤의 '화자'(話者)의 성별이 여성이라면 최선류의 화자는 젊은 남성의 느낌을 준다. 최현류의 살풀이는 전통적인 계보를 이은 다른 살풀이와 달랐다. 최현은 배우이자 무용수, 안무가이자 교육자였다. 더 여성적이고 슬퍼 보였다. 윤성주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살풀이 춤뿐 아니라 유인상이 이끄는 국악 관현악 '라이브' 연주도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윤성주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 살풀이춤은 어머니다. 삶의 의지나 고통이 애환의 감정으로 나타나 몰입할 수 있는 춤이자 우리춤을 추는 이에겐 입문서다. 이를 전승해 남겨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기에 여러분과 나누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김성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