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청의 잎과 꽃잎 순백의 설판 / 티 하나 없는 순결 / 아지랑이 피는 따스한 봄날의 / 상견례로 연지곤지 붉게 물들면 / 뭇 남성들의 유혹이 고스란히 / 지켜온 순정을 시 때도 없이 / 귀찮게 사립짝 대문만 허물고 다녀요
어느새 열아홉 순정은 유혹에 풍덩 / 달콤한 이 육체는 산짐승을 피해 / 하룻밤 유하는 영혼으로 쉬어 봅니다
-운산스님
이오장 시인
봄을 대표하는 꽃은 종류가 다양하다. 매화, 수선화, 복사꽃, 벚꽃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많다. 그중 난을 빼놓을 수 없는데 춘란은 전 세계에서 으뜸이다. 춘란을 소심이라 부르는 이유가 혀의 바탕색이 한 가지로 통일되어 청아한 기품을 준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꽃은 진청색 바탕에 가장 순수한 빛을 가지고 있는 말 그대로의 숫처녀의 상징이며 꽃말은 청초한 아름다움이다. 난 중에 가장 먼저 핀다고 해서 보춘화라 불리기도 한다. 예로부터 선비들이 실내에 두고 애지중지 가꾸며 친구로 삼은 것은 가꾸기가 쉽고 온도에 상관없이 봄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고고한 선비의 기상을 나타내며 수줍은 처녀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운산스님은 승려다. 욕심을 버리고 부처의 가르침에 매진, 포교에 전념을 다하여 어려운 불경을 일반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파한다. 그리고 시를 쓴다. 이번에는 함초롬하게 핀 소심 앞에서 순수한 가슴을 열었다. 숫처녀는 최고의 순결이다. 부처는 최고의 성결이다. 최고의 순결과 최고의 성결이 만나면 사람이 바라는 최고의 경지에 들 수 있다. 지켜온 순정과 이뤄야 할 경지를 한 포기 난 앞에서 하나의 승탑으로 쌓았다. 유혹을 이겨낸 끈기가 편안함을 얻는 영혼으로 승화하여 천박하지 않고 속되지 않은 거룩하고 깨끗한 경지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