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안전관리 부재가 이태원 참사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핼러윈이란 기념일을 맞이해 자진해서 모인 수 만명의 인파가 비좁은 골목에 그렇게나 많이 몰릴 것을 지자체가 예상, 대비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뚜렷한 주최가 있고,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페스티벌(공연)'은 안전할까. 다만, 그 주최가 '민간'이라면 지자체의 관리 감독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책임은 얼마나 있는 것인가. 올해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민간이 주최한 대형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도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점검했다.
"입·퇴장은 그래도 질서정연했어요. 문제는 '스탠딩 힙합공연'에 유명 래퍼들이 등장했는데, 팬서비스로 하이파이브해준다니까, 갑자기 사람들이 훅 몰려들어 제가 공중에 붕 뜰 정도로 앞으로 밀렸어요."
공연법상 조정요청 가능하지만
그대로 인용 많아 사실상 '통보'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다민(26)씨는 이태원 참사를 접하고 지난 8월 방문한 '월드디제이페스티벌(월디페)' 현장을 떠올렸다. 공연장 불빛에만 의존해야 하는 어두운 환경 속에서 이씨는 "밀지 말라"고 소리친 반면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금방 묻혔다.
지난 2019년 과천 서울대공원, 올해 서울시 잠실종합경기장이 개최지였던 월디페는 광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축제가 진행돼 비교적 안전해 보였다. 그러나 주최측인 민간이 안전 통제를 거의 전담하고 있지만, 과밀에 대한 통제가 미숙하고 안전요원도 충분치 않았다고 이씨는 말했다.
실제 당시 서울시는 시설 점검·유지와 관람권 검수를 중심으로 한 직원 10명 정도만 행사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30세대에게 큰 인기인 워터밤과 가수 싸이의 '흠뻑쇼', 에버랜드 핼러윈축제 등 올해 도내에서 열린 민간 공연들도 지자체 안전관리는 대체로 부실했다.
공연법상 주최 측이 지자체에 안전대책 등이 담긴 재해대처계획을 전달하면 지자체가 이견이 있을 경우 조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통상 무리 없이 인용하고 있어 사실상 주최자가 '통보'하는 실정이다.
대학축제도 내부서 운영·관리
문체부, 업계 간담회 개선 추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대학 축제도 마찬가지로 사각지대였다. 아주대, 단국대, 경기대 등 도내에서 정원이 비교적 많은 대학들은 축제를 열면 1만명 이상이 모이는 반면 동아리나 학생회, 학과 학생들이 주로 운영·안전요원을 전담해 지자체의 관리 밖에 있었다.
지난 9월 아주대 축제에 참석한 김모(27)씨는 "야외무대인 노천극장에 수천 명이 모였는데, 유명 걸그룹이 등장할 때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순식간에 몰렸다.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발이 밟혀 시비가 붙었지만, 당시 현장은 안전 요원 대신 학부생이나 졸업생임을 증명하는 학생증을 검사하는 인력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우려가 깊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3일 공연장 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안전 관리 제도 개선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 주최, 주최자 없는 공연 등 밀집이 많은 공연, 페스티벌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적 미흡한 점을 살펴보고 개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2·4면(112 신고에도 경찰 부실 대응… 국가배상 소송까지 번지나, 함박마을 이웃과 마지막 인사… "세상 떠난 선생님 믿기지 않아")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