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20년, 역경을 헤친 코리안 개척기·(中)] 오아후 공동묘지에 묻힌 독립운동가들

독립운동 자금은 하와이 동포들의 피땀이었다
입력 2022-12-27 20:44 수정 2023-01-01 18:29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8 1면

하와이공원묘지
지난 22일(현지 시간) 찾은 하와이 호놀룰루시 오아후 공동묘지에 묘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오아후 공동묘지에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초창기 한인 이민자 묘지 수백 기가 있다. 2022.12.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하와이 동포 중에 독립운동 자금을 대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지난 22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 오아후 공동묘지에서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이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의 묘비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오아후 공동묘지에는 호놀룰루 초창기 한인 이민자 수백명이 묻혀 있다. 묘비에는 출생·사망 연도와 날짜, 이름과 본적, 사진 등이 새겨져 있어 누구의 무덤인지 알 수 있다. 독립운동 행적이 적힌 경우도 있다.

일부 묘비에는 독립운동 행적 기록
"당시 자금 대지 않은 사람 없을것"
"월급 17달러, 매달 1달러 이상 내"


하얀색 묘비에 영어(MIN)와 한자(閔)로 성씨를 적은 독립운동가 민찬호(1877~1954) 목사의 묘지가 눈길을 끈다. 1905년 호놀룰루 한인감리교회 2대 목사로 부임한 그는 하와이에서 이승만(1875~1965) 박사와 함께 동지회를 창립하고 교민단 총단장을 역임했다.



민 목사는 1909년부터 1945년까지 독립의연금, 군수금 등의 명목으로 여러 차례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으며, 정부는 이러한 공훈을 인정해 2016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김노디(1898~1972) 선생의 묘비에는 생전 사진이 붙어 있고, 그 옆으로 화병이 놓여 있었다.

김노디 선생은 3·1운동 직후인 1919년 4월14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제1차 한인회의에 대의원으로 참석해 서재필(1864~1951) 박사에 이어 두 번째로 독립에 관해 연설했다. '신한민보' 1919년 5월6일자 기사에서 '비감한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 눈물을 옷깃에 적시었다더라'고 보도할 정도로 명연설이었다고 한다.

김노디 선생은 1919년부터 1945년까지 여러 차례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이승만 도운 민찬호·김노디 '추서'
한인기독학원 매각 '인하대' 설립도


김상열 관장은 "하와이에서 한인 남성 노동자 한 달 임금이 17달러 정도였고 필수 생활비를 빼면 3~4달러 정도만 남았는데, 매달 1달러 이상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냈다고 한다"며 "하와이에서만 1920년대까지 300만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의 모든 교민이 독립운동 자금을 냈는데 증명하기 어려워 일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된 게 아쉽다"며 "당시 교민 모두를 독립유공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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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찾은 하와이 호놀룰루시 오아후 한인 공동묘지에 묘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오아후 공동묘지에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초창기 한인 이민자 묘지 수백 기가 있다. 2022.12.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오아후 공동묘지에서 발걸음을 조금 옮기면 1918년 이승만 박사가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과 설립한 한인기독교회가 나온다. 한인기독교회는 미국 내 교단·교파에 속하지 않는 민족교회로, 1937년 광화문을 본떠 건립한 교회 건물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때 이승만 박사가 교민 2세를 위해 한인기독학원을 설립했다. 민찬호 목사와 김노디 선생이 한인기독학원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와이고국방문단을 꾸리고 인천을 방문하기도 했다. 1952년 인천 인하공과대학이 설립될 때 한인기독학원 부지 매각 대금이 투입된다. 인하대의 '인'이 인천을, '하'는 하와이를 뜻하는 이유다.

하와이는 해외 독립운동 기지이면서 전쟁으로 무너진 모국에 대학 설립을 지원하는 후원자 역할을 했다. 하와이 한인사회의 민족적 성격을 결정지은 역사라 할 수 있다. → 관련기사 3면([이민 120년, 역경을 헤친 코리안 개척기·(中)] 하와이 한인사회를 가다)

하와이 호놀룰루/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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