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1년, 부재의 흔적을 좇다

[중처법 1년, 부재의 흔적을 좇다·(下)] 해외 사례서 찾은 방향성은?

개인 넘어 법인에 책임부과… 영국선 '처벌' 강화
입력 2023-01-18 20:06 수정 2023-01-30 15:1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1-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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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5월 발생한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구조작업 당시 모습. /경인일보DB
 

정부는 '처벌'에 중점을 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노동자 사망률을 현저히 줄이지 못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1년 산재사고로 1만명당 0.43명이 숨졌는데, 중처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0.4~0.5명이 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현행 중처법을 '예방' 위주로 개선하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만들어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만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의 행정 규제, 처벌 위주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 예방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예방' 위주 개선 로드맵 발표
유족 우려·5인미만 예외 맹점 지적
"적극적 법 해석에 달렸다" 시각도


노동계를 비롯한 중대 재해 유족들은 현행법으로도 제대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는 상황을 떠올리며 '예방' 위주로만 재편되는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중처법 시행 이후 1호 사건이던 양주시의 '삼표 산업 채석장 붕괴사건'도 1년여째 기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예외라는 부분 역시 여전히 맹점으로 지적된다.  

 

한규협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중처법 시행 뒤에도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는데 법을 개정해 사고를 예방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더욱이 고용부 개정안의 참고 사례로 언급된 영국도 결국에는 '처벌' 성격을 보완하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영국은 1974년 '보건안전법' 제정을 산업재해 감독기관인 보건안전청을 설립하고 검찰처럼 경영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 등 막강한 예방 조치를 일찌감치 마련했다.



하지만 34년 뒤인 2008년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기업살인법)을 시행했다. 이는 경영자 개인을 넘어 기업과 법인 단위에게 범죄 책임을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벌금 상한선도 없어 고용부가 제안하는 자율규제는 물론 현 중처법의 수위보다 훨씬 높은 처벌이 가능한 법안이다.

고용부는 선진국이 자율규제에 기반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주장했지만, 선진국도 결국 처벌 성격의 법안을 보완하면서 지금의 효과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주장도 가능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처법 실효성 논란의 본질은 적극적인 법 해석에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직 시행한 지 겨우 1년 가량 됐고, 판례조차 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법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법은 원래 어느 정도 추상성을 띠고 있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중처법의 경우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시은·유혜연·김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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