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의적으로 적자를 유도해 노동자를 해고하고 기업을 청산하려 한다는 의혹(2022년 10월12일자 7면 보도='먹튀 논란' 일본 기업 덴소, 한국와이퍼 의도적 청산 의혹)을 받는 일본 기업 덴소의 자회사 한국와이퍼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집단해고를 앞두고 있던 조합원들은 반색하는 한편 사측의 항소에 대비하고 있다.
31일 오전 안산시 목내동 한국와이퍼 공장. 청산 절차 여파로 모든 기계가 멈추고 출입구마저 봉쇄된 이곳을 조합원 209명이 교대하며 밤낮으로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월 2일부터 공장 바닥에서 숙식하며 부당 해고에 대해 사측에 항의 중이다.
농성 30일째에 접어든 이날, '단체협약위반금지 가처분' 결정이 전해졌다. 전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0민사부(재판장 남천규 부장판사)는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대량 해고 절차가 부당하다며 "단체협약 절차에 따른 노조와의 합의 없이 조합원들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집단해고 앞둔 조합원들 '반색'
공장 숙식하며 사측 항소 대비
지난 2021년 10월 15일 한국와이퍼와 전국금속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청산, 매각 등의 경우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아울러 한국와이퍼의 61.75% 주식을 보유한 덴소와이퍼(일본 덴소 계열사)도 연대책임자로서 보증하고 확약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조합원들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반색했다. 20년 동안 한국와이퍼에서 일했던 김은숙(54)씨는 "20년간 다니며 아이들 대학까지 다 보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당하니 배신감도 느껴지고 막막했다. 법원에서 부당한 현실을 알아주니 그나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해당 판결에 따라 오는 2월 18일로 예정돼 있던 '해고 데드라인'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한국와이퍼를 포함한 모기업 덴소와이퍼 등의 입장은 나온 게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와이퍼는 그간 청산을 고의적으로 기획했다는 의심을 받아왔기에 노조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측은 "항소가 예상되는 만큼 법리적으로도 대응하는 동시에 꾸준히 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