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에 찾은 화성시 비봉면의 한 국민임대주택 단지는 한마디로 '휑'했다. 마트는 물론, 그 흔한 편의점마저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도 한눈에 찾기 어려웠다. 옆 단지까지는 가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탑승 가능한 버스가 몇 대 되지 않았다. 광역버스는 없었다.
해당 임대주택 단지 인근엔 신혼희망타운도 조성돼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를 겨냥한 곳이라기엔 어린이집도, 학교도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해당 단지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아무것도 없어서 놀랐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이 같은 반응이 왜 나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화성 비봉 단지, 편의점조차 없어
버스정류장은 옆단지까지 걸어야
인근 '신혼희망타운' 학교 안보여
그나마 해당 임대주택은 29㎡가 주를 이룬다. 원룸 정도의 면적이지만 이보다 작은 면적인 16㎡ 주택도 다른 임대주택 단지에선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
비봉면엔 이날 찾은 임대주택 외에도 다른 임대주택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좁은 면적, 교통·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 등을 해당 임대주택 단지처럼 비슷하게 겪고 있다. 이는 때로 높은 공실률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중 공실률이 높은 10개 주택의 현황을 발표했는데, 비봉면의 한 국민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203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93가구가 비어있는 상태다.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중 세번째로 공실률이 높은 것이다.
화성지역 다른 임대주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실률 상위 10곳 중 절반인 5곳이 화성에 소재한다. 태안3지구에 소재한 임대주택이 2곳, 동탄2지구에 있는 주택이 2곳이다.
지난해 5월 입주가 완료된 태안3지구 임대주택은 790가구 중 42%인 332가구가 비어있다. 동탄2지구의 임대주택은 그나마 공실률이 17.5%로 낮은 편이지만 역시 359가구 중 6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 표 참조

면적 29㎡ 남짓… 그나마 넓은 편
입주 꺼려져… 절반 가까이 공실
"아프면 택시로 수원까지 가 진료"
국토부장관 "선호 입지 공급 계획"
2019년부터 화성지역의 한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A(32)씨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땐 허허벌판에 임대주택 단지뿐이었다. 집은 자꾸 지어지는데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은 없다시피 했다. 한번은 몸살이 심하게 왔는데 집 근처에 병원은 물론, 약국조차 없었다.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결국 택시를 타고 수원까지 가서 병원 진료를 받았다"며 "거주하고 2년 정도가 지나면서 조금씩 마트나 병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긴 인근에 공공기관이 있는 지역인데도 상황이 이런데, 다른 지역 임대주택은 사정이 더 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13일 동탄의 한 임대주택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좁은 면적과 열악한 인프라가 임대주택이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요인이라고 진단하면서, 공실 해소를 위해 좁은 면적의 두 집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과 함께 역세권 등 선호 입지에 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기정·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