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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안전을 계획·시공·건설관리·구조·법제도 등 5개 분야로 나눠 살핀 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발표자와 토론자가 건축물 안전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3.6.15 /강대식 의원실 제공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지하주차장 일부 붕괴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축구조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지적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민생명 보호를 위한 건축물 안전 패러다임 전환 정책 토론회'에서 등장했다. 토론회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과 대한건축학회가 공동주최했다.

건축물 구조 분야의 대표자로 나선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지하주차장처럼 '무량판' 구조를 가진 건축물을 건축법 시행령상의 '특수구조물'에 포함하고, 구조설계를 통해 안전을 확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무량판 구조물을 구조기술 보강을 요구하는 특수구조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검단 주차장 처럼 '무량판 구조'
'특수구조물'에 포함 안전 확인


김 부회장은 "무량판 구조는 3천년 이상 이론적·실험적으로 충분히 검증됐다"면서 "이 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구조)전문가에 의한 구조설계가 부재했다는 것이 문제다. 또 전문가에 의한 (공사)현장 구조검사가 부재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 구조 시공자가 그 구조에서 철근 하나하나의 역할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한 사람의 심장을 수술한다면 심장전문가에게 수술을 맡기면서,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건축물을 두고는 왜 건축구조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지 않냐"고 지적했다.

건축설계와는 다르게 구조설계는 건물의 하중 등을 계산해 기둥의 두께, 바닥 두께, 철근의 양 등을 정하는 설계를 말한다.

김 부회장은 현행법상 특수구조물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안전설계'를 하기에는 '하청의 하청'구조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구조안전 전문가가 독립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안전업무가 하청구조로 돼 있어, 안전 문제가 발견돼도 조치 권한이 없고, 원청의 무리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주처에서 정부에 공탁해 정부가 구조설계를 검토할 자를 지정하도록 하면 구조안전업무에 있어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붕괴원인 구조설계 부재 가장 커
여전히 '하청의 하청'도 큰 문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비용' 부분이 강조됐다.

윤혁경 대한건축학회 건축법 제도개선 위원장은 "인천 검단신도시의 지하주차장 붕괴는 매우 부끄러운 사고"라며 "안전과 품질은 비용, 즉 '돈'의 문제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제대로 법을 지켜야 하는 LH는 아파트 3.3㎡당 설계비로 30만원을 쓴다면 민간의 것은 5만원에 불과하다.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확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해결하지 않으면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직격했다.

하지만 토론에 나선 문석준 국토교통부 건축안전과 과장은 "안전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면 되돌릴 수 없어 그 비용이 고착되고 그러면 건설산업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안전 규제 강화가 조심스럽다"고 발언했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 회장은 맺음말로 "건축물 안전 설계 등 예방 비용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굉장히 싼 값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 부회장과 윤 위원장 외에도 심지택 한국건축가협회 안전설계위원장, 나안섭 한국기술사회 건설사고조사위원, 안용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이 나서서 각각 건축물 계획분야, 시공분야, 건설관리분야에서 안전 확보 방안을 제언했고, 최 회장과 문 과장 외에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장덕배 한국기술사회 회장, 정란 한국콘크리트학회 전 회장, 김강수 대한건축학회 건축기준분과 위원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남겼고, 같은 당 박대출 정책위의장, 백종헌·정동만·장동혁·정희용·신원식·송언석 의원이 자리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