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스토킹 처벌' 지난해 유형 살펴보니

스토킹은 시작일뿐… 절반이 '추가 범죄' 따라왔다
입력 2023-07-16 20:40 수정 2023-07-18 14:2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17 1면

'반의사 불벌죄 폐지'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달라지는 스토킹처벌법은 정말 다르게 단죄할 수 있을까. 2021년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숱한 허점을 드러낸 끝에 지난해 말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달 11일부터 시행됐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답을 철저히 복기하는 것이다.

경인일보는 2022년 한 해 동안 수원지방법원 및 5개 관할 지원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1심 판결문 131건을 입수했다. 법원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여전히 놓치고 있는 범죄 특성은 없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일지 진단했다.

폭행·협박 등 46.7%… 11% 성폭력
실형 선고 31.3%… 집유·벌금 많아
열에 아홉 '지인'… 교제사이 66%
접근금지 명령 위반도 29.4% 달해
스토킹과 함께 찾아온 '더 큰 공포'…처벌은 솜방망이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를 통보를 받고도 A씨는 한 달 동안 수십 번 접근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A씨는 계획을 바꾼다. 피해자 거주지 앞집을 임차했다. 에탄올과 손수건, 사람 만한 캐리어, 몽키 스패너 등을 준비했다. 계획한 날, 자정을 넘기도록 상황을 살폈지만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본집으로 돌아갔다.

1주일 뒤 다시 임차한 앞집으로 향할 때 경찰이 가까스로 A씨를 붙잡았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살인예비 등 6개 혐의를 받은 A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스토킹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일상을 앗아가는 범죄지만, 문제는 대체로 더 심각한 강력범죄를 동반한다는 점이었다. 형벌이 내려진 109건의 판결 중 2개 이상의 혐의가 적용된 건은 59.6%(65건)로 나타났다. 이중 폭행, 협박, 감금 등 피해자에 대한 직·간접적 위해로 이어진 범죄는 46.7%(51건)에 달했다. 강간 등 성폭력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11%(12건)였다.

이렇듯 위험성이 두드러져도 실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31.3%(34건)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행유예 및 벌금형 등(66.7%·75건)에 그쳤다.

이조차 평균 형기는 1년 7개월(18.9개월)가량이었다. 수사단계에서 종결되거나 약식기소되는 무수한 사건을 제외하고도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은 평균 2년 내로 사회에 복귀하는 셈이다.
회피하기 힘든 '가까운 사이'…접근금지 무시 사례도 빈발
두 달 간 만남 끝에 결별했지만 B씨의 접근은 계속됐다. 불안했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조치 통보 5일 뒤, B씨는 피해자 주거지 주차장에서 대기하다 퇴근하는 그를 붙잡았다. 조수석에 강제로 앉혀 손발을 묶고 목을 졸라 기절시키면서 9시간 동안 피해자를 감금했다.

B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감금치상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스토킹은 관계성 범죄로 분류되듯 대체로 가까운 사이에서 빈발하는 특성을 보였다. 본래 알던 사이에서 발생한 범죄가 무려 88.9%(97건)에 달했다. 이중 과거와 현재 연인이나 배우자 등 교제했던 사이는 66.0%(72건), 동료나 손님 등 직장과 관련해 알게 된 사이는 22.9%(25건)를 차지했다.

수사기관의 보호조치를 무시하는 경우도 잦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을 명령하는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범죄사실에서 이러한 잠정조치 위반이 확인된 사건도 29.4%(32건)에 달했다.

요컨대 스토킹은 다른 범죄를 동반해 중대한 피해를 안겼으나 형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또 잘 아는 사이에서 빈발하는 탓에 피해자 보호도 취약한 특성을 보였다. 변화를 앞둔 스토킹처벌법은 이런 맹점을 메우고 있을까.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스토킹 처벌법' 달라진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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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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