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이렇게 쉬워도 되나… '유통망 역할' 포털·커뮤니티 책임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 지적
입력 2023-08-04 21:00 수정 2023-08-05 12:07
오리역 순찰하는 경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2023.8.4 /연합뉴스

서울 신림동과 성남 분당구 등 도심 복판에서 잇따라 발생한 '무차별 흉기난동'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유사 범행을 암시한 글들이 인터넷에 쏟아져 시민들이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범행을 암시한 글이 실제 범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살인 예고 글에 대한 혐의 적용을 엄격히 하는 것과 더불어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차원의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이라고 해도 강력한 혐의 적용해 범죄 막아야
협박 등 느슨한 혐의 적용한 결과 현재상황 온 것
인터넷 포털·대형 커뮤니티, 접속 통한 이익 구조
사업자 차원 봉쇄해야, 자율 맡기기엔 해악 커


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서현역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 또 다른 '살인예고' 게시글 작성자 2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각각 범행 장소를 '서현역', '오리역'으로 특정했는데, 이 글은 온라인에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관내에서 발생한 게시글에 대해 "해당 사이트에 요청해 삭제를 진행했고, 전담인력을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올라오는 (살인예고) 글에 대한 삭제와 함께 필요하다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경찰의 대응에도 인터넷에서 유사 범죄 예고 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범죄의 처벌 규정을 강화해 유사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날 오후 6시 이후 현재까지 서울 시내를 범행장소로 지목한 살인예고 글만 1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고, 실제 이날 의정부역에서 비슷한 범행을 암시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글 작성자에게는 사안별로 살인예비, 협박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상이 특정되거나 협박 내용이 범죄로 이어질 만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살인 예고 글에도 강력한 혐의를 적용해 범죄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고 글에 대해 (협박 혐의처럼) 이제까지 느슨하게 혐의를 적용한 결과 마치 전염병처럼 살인 예고가 이어지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라며 "예고 글이 번지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것을 떠나 살인예비죄와 같은 엄한 혐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살인예고 글이 올라오는 인터넷 포털과 대형 커뮤니티에 책임을 부과해 관련 글 작성을 사업자 차원에서 봉쇄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커뮤니티 내 '우울증 갤러리'가 자살 조성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당시 방송심의위원회는 해당 갤러리를 폐쇄하는 대신 사업자에 대한 자율규제 강화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포털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살인예고와 같은) 위험한 글에 대해 사전 조치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실제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만큼, 관련 입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교수도 "자율에 맡기는 정도로는 사회적 해악이 너무 크다. 접속자를 통해 이익을 보는 구조인 만큼, 이에 대한 책임도 부과할 때가 됐다"고 봤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불특정 다수 상대의 살인예고 글에 대해 강력범죄에 준하는 처벌과 함께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면서 "커뮤니티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아 범죄가 만연해지는 면이 있다. 운영하는 데 따른 명확한 책임도 부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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