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공공도서관 관장의 사서 자격증 소지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원인은 인천 대표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의 현재 상황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미추홀도서관은 지난 2009년 중구 율목동에 있는 인천시립도서관을 이전, 개관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국 두 번째 광역대표도서관으로 문을 열었지만,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사서직이 관장으로 부임하지 못했다. 도서관법상 대표도서관은 지역 도서관 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관련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맏형 격의 공공도서관이다.
'무자격' 벌칙 없고 市규칙은 허술
'승진 요건' 5급 서기관 인원 부족
법이 정하는 사서직 대신 행정직이 대표도서관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원인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 도서관장을 사서직이 해야 한다는 도서관법을 어겨도 벌칙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벌칙이 없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긴다.
행정직 관장이 독식한 여러 이유 가운데, 우선 관련 행정 근거가 되는 '인천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자체가 상위법과 충돌하거나 허술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추홀도서관장은 지방서기관으로 보한다'(제57조)는 규정은 사서 자격증 보유 여부를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고 있다. 다른 도서관장은 상위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
청라호수·청라국제·영종하늘·마전 도서관장은 '지방행정사무관 또는 지방사서사무관으로 각각 보한다'(제58조)고 명기하며 사서직 외에 행정직도 가능하도록 해 언제든지 법을 어긴 인사를 가능하게 길을 열어뒀다.
인천시는 또 다른 이유로 사서직 채용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꼽는다. 미추홀도서관장은 4급 직위인데 4급 승진 요건을 채울 5급 사서서기관이 없었다고 해명한다.
미추홀도서관은 현 관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관장으로 부임했다. 사서직 대신 행정직 등이 그 자리를 채웠는데 1~2명을 제외하면 공로연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들이 거치는 자리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각종 운영 평가 결과나 도서관계가 주는 수상 실적을 보면 사서직이 관장으로 일하는 도서관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율목도서관은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이 실시한 도서관 혁신 아이디어 및 우수 현장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봉도서관은 우수상을 받았다. 수봉도서관은 지난해 도서관계에서 영예로운 상으로 손꼽히는 제55회 한국도서관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정책기구 대면회의 5년간 전무
사서직관장 운영평가·수상 '두각'
미추홀도서관 행정직 관장 가운데 도서관 이용자와 사서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이들도 있다. 다만 사서직과 비교할 때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도서관 네트워킹'과 '정책 개발'에 소극적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일례로 도서관법이 정한 광역도서관위원회(옛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대면 회의가 최근 5년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서면 회의만 한 번 있었을 뿐이다.
광역도서관위원회는 지역 도서관 균형발전과 도서관 이용자의 지식정보 접근권 보장, 지식정보 격차 해소에 관한 사항 등을 논의하는 주요 정책기구다. 미추홀도서관장의 역할은 광역도서관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인 인천시 부시장과 함께 도서관 관련 주요 시책과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 도서관 현안을 발굴하며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일이다. 위원회가 열리지 않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도서관법을 지키기 위해 법정 사서 인력을 당장 충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서관 수가 늘어난 만큼 점차적인 증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대표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부터 관장을 사서직으로 임명해 소수 직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인사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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