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해 교육을 이수한 중증장애인이 눈높이 상담 등을 하는 '동료지원가'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한 중증장애인이 '동료지원가'들과 함께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상담을 받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동료지원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인천 부평구에 사는 김성동(61)씨는 4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중증 지체장애인이 됐다. 사고가 나기 전 건축 자재 납품을 관리하는 일을 했던 김씨는 장애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집에서만 지내는 등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는 2년 전부터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를 가진 이른바 '동료지원가'에게 상담을 받으며 다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동료지원가는 미취업 중증장애인에게 상담을 해주거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한다.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일환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동료지원가를 육성하고 있다.
인천에는 8명의 동료지원가가 활동 중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올해 상반기에만 중증장애인 5명이 카페나 공장, 장애인지원센터 등에 취업하는 성과를 냈다. 김씨는 "장애 때문에 항상 사회로부터 배제된 느낌을 받아왔었다"며 "동료지원가와 다른 중증장애인들을 만나면서 다시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해 교육을 이수한 중증장애인이 눈높이 상담 등을 하는 '동료지원가'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한 중증장애인이 '동료지원가'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상담·모임 참여 등 도와주는 활동
고용부, 집행률 저조·유사사업 이유
단체, 폐지 위기… 인천시 도움을
이렇게 중증장애인이 집 밖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동료지원가는 사라질 위기다. 고용노동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동료지원가 관련 사업비 23억여원을 전액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9년 사업 시행 이후 예산집행률이 20~30%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지원사업'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예산안에 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장애인단체들은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조치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효정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사업이 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담 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야 상담받은 장애인들이 취업하는 등 점차 성과를 내고 있는데 갑자기 사업을 폐지하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동료지원가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정부의 예산(연간 1억4천여만원) 지원이 끊길 경우 인천시가 도움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인천에서 활동 중인 동료지원가 오문정(46·여)씨는 "발달장애인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보다 보호자 결정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동료지원가의 상담을 받으면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취업 등 원하던 것을 찾아가는 이가 많다"며 설명했다.
인천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아직 해당 사업의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인천시 예산을 투입할지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정선아수습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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