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KT wiz

창단 10주년 kt wiz, 지역 셀럽 만들어줄 '팬심' 안 보인다

입력 2023-11-15 18:15 수정 2024-02-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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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수원역 인근에서 LG 트윈스의 상징 유광 점퍼를 입고 퇴근하는 강한준(29)씨의 모습.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엘지를 기념하기 위해 출근 때도 유광 점퍼를 입고 나섰다고 한다. 2023.11.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한국 3차전 홈구장인데 LG 팬 압도
서울 가깝고 모호한 정체성 '불리'
길 못 찾은 팬덤전쟁, 뼈아픈 실책
연고지 한계 뛰어넘을 아이콘 필요
지난 14일 오후 8시 30분께 수원역 인근. 분주히 퇴근길을 거니는 인파 속에서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야구점퍼가 유독 반짝였다. 분명 야구장이 아닌 길거리 한복판. 강한준(29·수원 거주)씨는 29년 만에 맛본 승리의 기쁨을 '엘지 진성 팬'임을 당당히 드러내며 만끽했다. 지금 유광 점퍼를 입고 서 있는 이곳이 수원시, kt wiz의 연고지란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의아한 풍경은 지난 10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펼쳐지는 수원KT위즈파크에서도 보였다. 당시 kt wiz와 LG 트윈스는 각각 1승 1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응원전이 가장 뜨거울 거라 예측된 경기였고, 실제 야구장 좌석도 전석 매진됐다. 하지만 KT의 홈구장임에도 이날 좌석 3분의 2가량은 엘지 팬들이 차지했다.

kt wiz가 창단 10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팬덤 전쟁'에서 화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밀접한 연고지 특성상 모호한 정체성은 팬덤 유입에 오히려 '마이너스'다. 인천 시민은 SSG 랜더스, 호남 지역 시민은 KIA 타이거즈, 부산 시민은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등 팬들은 저마다 태어난 지역에 속한 구단에 자연스레 동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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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수원역 인근에서 LG 트윈스의 상징 유광 점퍼를 입고 퇴근하던 강한준(29)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며 팬심을 드러냈다. 강씨가 보유한 유광 점퍼는 예전 버전의 로고로 만든 제품이라 유독 의미가 깊다고 한다. 2023.11.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반면, 지역 색채가 옅은 경기도는 연고지 중심의 팬층이 얕다. 인근인 서울 엘지로 흡수되거나 출신 대학 소재지, 부모의 고향에 따라 응원팀을 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강한준씨도 경기도민이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엘지 팬이 됐다.

강씨는 "엘지는 아버지가 MBC 청룡 때부터 응원하던 팀이다. 게다가 제가 태어난 해인 1994년에 우승한 팀이라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 KT가 중간에 창단되기는 했지만, 어릴 때부터 응원하던 애착이 가는 팀이기에 성적이 어떻든 계속 엘지를 응원했다"고 팬심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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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치러진 kt wiz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 모습. 이날 야구장 좌석은 전석 매진되면서 암표까지 기승을 부리는 등 '티켓 전쟁'이 벌어졌다. KT의 홈구장임에도 엘지팬들이 경기장 좌석 다수를 차지했다. 2023.11.1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강한 경기력에 비해 현저히 작은 팬덤 규모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프로야구 보고서·KBO팬 7천856명 대상)를 보면, 로열티(충성도)를 조사한 부문에서 KT는 프로구단 중 꼴찌를 차지했다. 고관여팬 비율에서는 44.1%를 나타내며 마찬가지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강한 지역성과 오랜 구단 역사를 자랑하는 경쟁 팀조차도 현재 팬덤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KIA는 유명 래퍼 빈지노의 의류 브랜드 '아이앱 스튜디오(IAB STUDIO)'와 협업한 유니폼을 선보이면서 일상복과의 경계를 허물었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는 유통 기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제품 패키지에 선수나 팀 로고를 넣는 등 야구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국 창단 10주년을 맞은 현재, KT는 '연고지'라는 태생적 한계를 상쇄할만한 '아이콘'을 확립해야 할 과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셈이다.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인 팬덤에서 유독 약세를 보이는 점은 가장 뼈아픈 실책이다.

팬덤 강화 방안에 대해 KT 관계자는 "(그래도) 최근에 홈팬들이 많이 늘고 있고, 연고지 인근 대학과의 협업 등으로 로열티 강화를 위해서도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는 중"이라며 "새로 유입될 야구 팬들 중 소비가 가장 활발한 2030세대와 중장기적 팬이 될 어린이 회원을 중점적인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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