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전두환 유해 온다니"… 파주 시골 들쑤신 소문

입력 2023-11-19 17:26 수정 2024-02-07 20:0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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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지로 알려진 파주시 장산리에 군부대 차량이 다니고 있다. 2023.11.17./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장산리 장지 소문' 주민 금시초문
"80년대 왔다가 갔는데 다시 오나"
파주시 "전씨 측과 협의 없었다"

봉하마을 같은 정치적 의미 담길까

"자기가 자기 묫자리 값 주고 온다는데 막을 순 없지."

최근 정치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지가 사망 2년 만에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로 예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휴전선 인근 조용한 시골 마을이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17일 오후 5시20분께 찾은 장산리 마을 주민들은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파주에서 78년을 살며 10여 년 전 장산리로 이사 온 문씨 할머니는 소식을 듣고 짐짓 놀라는 눈치다. 문 씨는 "장산리는 대통령이 묻힐만한 곳이 없을 텐데 왜 여기로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겠다"며 "자기 돈 주고 온다는데 좋고 싫고 할 게 뭐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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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지로 알려진 파주시 장산리 마을회관 앞 2023.11.17./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장산리에서 56년 평생을 나고 자란 강기송 씨도 전씨의 장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강씨는 "80년대 초중반쯤 전두환이 와서 장산리를 둘러보고 간 적이 있다"며 "그때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이 일대가 한창 난리였는데 죽어서 다시 온다고 하니 또 소란이 있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느닷없는 전씨의 장지 선정 소식에 파주시청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파주시 장묘문화팀 관계자는 "파주시도 전씨의 유해가 장산리에 온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파주시에 안장되는 모든 유해는 반드시 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씨 측으로부터 아직 어떠한 연락도 받은 것이 없으며 파주시 또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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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지로 알려진 파주시 장산리 인근에 휴전선과 군 부대 시설이 있다. 2023.11.17./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일각에선 생전 전씨의 행적을 미루어볼 때 전씨의 장지가 향후 정치적인 장소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현 재단 측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은 월평균 2만5천여명의 시민이 방문하는 곳으로 노 전 대통령의 기일인 5월 즈음에는 전국적으로 최대 5만여명까지 온다. 노무현 재단 추모기념시설 관계자는 "많은 공인이 선거 시기나 정치적인 행동 차원에서 공식적인 참배도 이뤄진다"며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전씨와 함께 내란죄 등으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국립묘지가 아닌 파주시의 한 공원 묘원에 안장됐는데, 장지 방문객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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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지로 알려진 파주시 장산리 인근 군 시설 2023.11.17./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한편 장산리 등을 지역구를 두고 있는 박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SNS를 통해 "전두환 유해의 파주 안장을 반대한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을 것이며 단식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파주/이종태·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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