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하나하나 모아보니, 본래 하나인 것처럼

입력 2023-11-29 12:44 수정 2023-11-29 13:57

김승현·한희선 ‘면면이 면면히’展

드로잉·설치미술 ‘삶의 순환’ 그려

12월 3일까지 인천 동구 조흥상회

면면이 면면희

인천 동구 조흥상회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김승현·한희선 2인전 ‘면면이 면면히’ 전시장 모습. 벽면 드로잉 작품은 김승현의 ‘일상여행: 작은 것들이 모여’, 바닥에 있는 설치미술 작품은 한희선의 ‘잡초를 위한 의식’. 2023.11.2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드로잉과 설치미술로 각각 작업 방식은 다르지만, 일상과 즉흥이란 공통점을 가진 김승현·한희선 작가의 2인전 ‘면면이 면면히(Variously, Continuously)’가 인천 동구 금곡동에 있는 옛 창고 건물인 ‘조흥상회’에서 열리고 있다.


두 작가는 사물의 다양한 ‘면면’(面面)을 섣불리 해석하기 보단 있는 그대로 관조하는 자세로, 창조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삶의 순환을 ‘면면’(綿綿)히 받아내는 태도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조흥상회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한 김승현 작가의 길이 5.5m(높이 1.4m)짜리 대형 드로잉 작품 ‘일상여행: 작은 것들이 모여’를 볼 수 있다. 덤불, 풍력발전기나 가로등처럼 보이는 조형물, 의자, 바다 또는 하천을 항해하는 배, 풍경의 기류가 무채색으로 자유롭게 표현돼 있다. 김승현 작가의 자택인 송도국제도시에서 한희선 작가가 사는 강화도까지 가는 풍경이 소설처럼 담겼다.


김승현 작가는 전시 개요에서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매일 달라지는 순간의 이미지들이 사라지기 전에 빠른 속도로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축적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가막사리

한희선 作, 가막사리, 2023, 캔버스 위에 가막사리 씨앗, 91x116.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전시장 바닥 한가운데에 놓인 한희선 작가의 오브제 ‘잡초를 위한 의식’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이어진다. 한희선 작가는 강화도 자택 화단에서 뽑은 잡초를 말려 다시 벽돌로 네모난 화단을 구성하고, 말린 꽃을 놓고 촛불을 켜 일종의 의식을 치른다.


한희선 작가는 잡초를 “아직 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라 부른다. 한 작가는 “하나의 생명인 잡초를 뽑는 행위는 파괴적 행위이나, 그 어떤 파괴적 행위보다도 합법적이고 칭찬받는 행위”라며 “지금은 무용해 보이는 잡초지만, 이 잡초들의 다른 면, 새로운 면들이 발견된다면 굉장히 소중하게 다뤄질 수 있다. 소중하게 잡초들을 보내주고자 하는 의식”이라고 말했다.


바지 밑단이나 운동화에 붙어 성가신 가막사리 씨앗은 한희선 작가가 캔버스에 수만개를 촘촘히 이어 붙여 추상화로 바꿨다. 뒤엉킨 잡초를 연상케 하는 문양의 ‘가막사리’는 멀찍이 있다가 가까이 갈수록 친근해진다. 잡초를 태운 흔적을 종이에 새긴 ‘초상’(草像)들도 전시했다.


김승현 작가의 ‘Activation’ 시리즈

김승현 작가의 ‘Activation’ 시리즈.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김승현 작가의 ‘Activation’ 시리즈는 맞은 편 대형 드로잉의 연장선에 있는 듯 일상 도시 공간을 즉흥적으로 드로잉했다. 김 작가가 아코디언 북처럼 드로잉 작업을 한 또 다른 ‘일상여행: 작은 것들이 모여’는 각각의 페이지가 다른 면면(面面)으로 보이다가, 그것을 펼치면 면면(綿綿)한 하나로 드러난다.


작가 2명이 하나의 전시 공간을 공유하는 2인전은 개인전이나 단체전보다 균형감을 잡기 훨씬 어려운 전시 기획이라고 한다. 한희선 작가는 “김승현 작가와 전시 주제만 공유한 채 각자 작업했다. 이후 전시를 위해 서로 작품을 펼치고 보니 그 결과물이 놀랍도록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후원했다.


한희선 김승현 작가.

인천 동구 조흥상회에서 ‘면면이 면면히’ 전시를 연 김승현(오른쪽), 한희선 작가. /한희선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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