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소설가"
인물들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묘사의 힘과 반어법을 통해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서술의 능력 등등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흥미롭게도 작품 속에서 일인칭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방탕함'이라는 다소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었지만 일관성이 있었고 그래서 깊이가 생겼다." 우리는 그 말에 대략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다만 '깊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 '하찮은 진심'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우하늘 부장이라는 중년 남자는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뜸을 들이면서까지 하고, 상대방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고,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원칙 앞에서 비타협적이고, 그런가 하면 불필요하게 날을 세워서 엉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소설은 그 사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화들을 들려주면서 그의 말과 행동이 가지는 역설의 의미를 펼쳐나간다. 그의 곁에서 부하 직원이자 화자인 김용문은 자신을 한낱 하찮은 톱니바퀴라고 여기며 우 부장을 놀리고 흉내내는 것을 일삼는다.
그러나 차츰 그는 우 부장을 닮아가면서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여기에 이 글의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회사 감사팀 녹취록에서 우 부장과 화자의 진술을 발췌하여 각 단락 앞에 배치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야기 형식에 대한 이러한 참신한 시도 또한 이 신진 작가의 역량을 느끼게 하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번 소설에서 보여준 면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인간 삶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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