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춘문예

'관계의 어려움' 진지하게 풀어내… 이야기 형식도 참신"

입력 2024-01-01 20:4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02 9면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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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응모작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중, '하찮은 진심', '점프, 지송', '나비의 무게', '슬러지', '사운드 아일랜드'가 본심에 올랐고, '하찮은 진심', '점프, 지송'이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우선, '점프, 지송'은 그룹사운드가 공연을 벌이는, 현장감 넘치는 방송 녹화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묘사의 힘과 반어법을 통해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서술의 능력 등등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흥미롭게도 작품 속에서 일인칭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방탕함'이라는 다소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었지만 일관성이 있었고 그래서 깊이가 생겼다." 우리는 그 말에 대략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다만 '깊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 '하찮은 진심'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우하늘 부장이라는 중년 남자는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뜸을 들이면서까지 하고, 상대방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고,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원칙 앞에서 비타협적이고, 그런가 하면 불필요하게 날을 세워서 엉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소설은 그 사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화들을 들려주면서 그의 말과 행동이 가지는 역설의 의미를 펼쳐나간다. 그의 곁에서 부하 직원이자 화자인 김용문은 자신을 한낱 하찮은 톱니바퀴라고 여기며 우 부장을 놀리고 흉내내는 것을 일삼는다.

그러나 차츰 그는 우 부장을 닮아가면서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여기에 이 글의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회사 감사팀 녹취록에서 우 부장과 화자의 진술을 발췌하여 각 단락 앞에 배치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야기 형식에 대한 이러한 참신한 시도 또한 이 신진 작가의 역량을 느끼게 하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번 소설에서 보여준 면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인간 삶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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