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아 |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이준아
소설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열심히 읽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쓰고 또 쓰다 보면 도대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은 순간들을 가끔(사실은 자주) 맞닥뜨린다. 그래도 결국엔 좋아하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이 지경쯤 되니 이것도 일종의 광기 어린 '덕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나는 성공한 덕후다.
나에게는 덕질을 공유하는 소중한 글쓰기 친구들이 있다. 내가 쓴 소설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최고의 독자이자, 신나게 뼈를 때려주는 독한 멘토이자, 장차 라이벌이 될 동료 덕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담야, 소란, 안틱, 장수. 실명도 아닌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를지언정 인생의 엑기스 만큼은 공유하는 참으로 신기한 인연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큰 사고는 안 쳐도 당최 속을 알 수 없어 키우기 쉬운 딸은 아니었을 텐데, 적당히 내려놓고 갈 길 가게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자매님을 비롯해 자기 일처럼 뿌듯하게 여겨준 친구들도 고맙다. 내 인생을 더 벅차고 두렵게 만들어준 나의 소우주, 나의 딸 나은, 소설이 뭔지 알만한 나이가 되면 엄마가 왜 이따금 예민했었는지 부디 이해해주길.
그리고 나만의 작은 세상을 더 단단히 움켜쥘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또 사랑해준, 이제는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나의 남편 원동건, (비록 가끔은 죽도록 밉지만) 이 기쁨의 절반을 똑 떼어 그에게 주고 싶다.
생업과 생활 틈틈이 억지로 소설을 욱여넣어 가며 영위해온 노력이 조금은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 당선 전화를 받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부끄럽게도. 거창한 소감을 쓰기가 민망할 만큼 앞으로 더 큰 좌절과 막막함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써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소설이 좋다.
도대체가 프로필로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동네 스튜디오에 가서 난생처음 세미프로필이라는 걸 찍었다. 사진 한 장에 3만5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상 천년만년 써먹을 심산이다. 부디 써먹을 기회가 많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