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특별법 개정안 공포

대상자 확대에도 우려의 목소리

제공할 공공임대주택 확보 미흡
영주귀국 신청후 1년 이상 대기
1세대 고령화속 상봉 '첩첩산중'



가족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살아생전 볼 수나 있을까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 손녀딸이 한국에 와야 되는데…."

지난 19일 사할린동포 740여명이 모여 사는 안산의 고향마을에서 만난 사할린동포 안서순(88) 할머니는 러시아 땅에 있는 손녀 신월순씨가 하루 빨리 한국으로 영주귀국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월순씨가 할머니 곁으로 오기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현재 귀국까지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인데 월순씨는 아직 영주귀국 신청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주귀국 사업 대상자로 270여명의 사할린동포가 선정됐지만, 이들에게 제공할 공공임대주택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도 아직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영주귀국 확대 소식이 알려지자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실에 비해 법이 앞서 나가는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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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사할린동포 거주지인 안산시 고향마을에서 사할린동포 안서순(88) 할머니가 러시아에 있는 손녀딸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고 있다. 2024.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정부는 2020년 제정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매년 사할린동포의 영주귀국 및 정착을 돕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러시아로 강제징용돼 노동을 착취당한 사할린동포가 여생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지난 16일에는 재외동포청이 해당 특별법 개정안을 공포하며 지원 대상자를 넓혔다. 그동안 영주귀국 사업 대상이 모든 자녀가 아닌 1명에 제한돼 또 다른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사할린동포들이 한국에서 같이 살 수 있게 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아직 러시아 땅에 있는 자녀들과 이젠 고국 땅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오르는 반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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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사할린동포 거주지인 안산시 고향마을에서 사할린동포 안서순(88) 할머니가 러시아에 있는 손녀딸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고 있다. 2024.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임대주택 미확보로 시일이 지체될 여지가 큰데 광복 이전 출생자인 사할린동포 1세대의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어 고국에서의 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안 할머니는 "남들은 아들도 딸도 같이 사는데 나는 아무도 없고 손녀딸 하나밖에 없다"며 "매일이 외롭고 적적하다. 손녀딸이 영주귀국 신청하려고 2월에 유전자 검사하러 한국에 온다는데 신청이 빨리 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훈춘 안산 고향마을 노인회장은 "개정안이 통과됐어도 동포들을 위한 지원을 어떻게 할 건지가 뚜렷하지 않다. 대상을 확대했다고만 하는 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