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가 뿌린 씨앗… 반세기뒤 수출 1천억불 결실

입력 2024-01-24 20:50 수정 2024-01-25 01:3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25 1면

[반도체 코리아 태동 50년·(上)] 역사의 시작 부천 도당동 공장


1974년 강기동 박사가 건립 주도
오일쇼크의 여파로 '삼성'에 인수
IMF 사태 거쳐 미국기업 품으로
현재도 가동… 현대·테슬라 납품
용인·화성·평택 등 도시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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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용인, 화성, 평택, 이천 등 경기도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카'가 됐다. 현재 부천공장을 품고 있는 온세미컨덕터코리아. 2024.1.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974년 1월 26일은 한국 그리고 경기도 경제에 매우 중요한 한 획이 그어진 날이다. 국내 첫 반도체 회사인 한국반도체가 이날 부천시 도당동에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50년, 반도체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경기도 지도를 바꾸고 한국 경제를 혁신했다.

경인일보는 반도체 산업이 경기도에 뿌리내린 지 50년을 맞은 지금, 경기도를 중심으로 뻗어 나갈 한국 반도체 산업을 조명한다. → 편집자 주

반도체 산업은 현재 한국 경제의 핵심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총액 6천327억달러 중 반도체 수출액은 16%에 달하는 986억달러를 기록해 모든 품목 중 단연 1위였다.



중심 지역은 반도체 생산의 양대 산맥 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경기도다. 이 때문에 반도체는 경기도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경기도가 2013년 12월 이후 10년째 전국 시·도 중 수출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반도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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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용인, 화성, 평택, 이천 등 경기도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카'가 됐다. 1974년 강기동 박사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반도체 공장인 한국반도체 부천 공장. /부천시 제공

한국 그리고 경기도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은 경기도 부천에서 태동했다. 미국 유학과 모토로라 근무 등을 거치며 1970년대 당시 반도체 부문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혔던 강기동 박사가 부천시 도당동에 한국반도체 공장을 세운 게 시작이었다.

해당 부지는 투자자였던 김규한 켐코 대표가 소유하고 있던 땅이었다. 이전엔 단순히 반도체를 조립하는 회사들만 있었다면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대량 생산한 회사는 한국반도체가 처음이었다.

제1차 오일쇼크로 전세계 경제가 격랑에 휩싸였던 터라 한국반도체의 역사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도당동에 조성했던 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은 소유주와 형태가 달라졌을 뿐, 지금까지도 한국 반도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반도체는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삼성반도체(삼성전자)에 인수됐고 부천공장 역시 오랜 기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 기능했다.

이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천공장의 주인은 당시 미국 반도체 기업이었던 페어차일드반도체로 바뀌었다. 페어차일드반도체도 부천공장에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갖추는 등 이곳을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으로 삼았다.

그리고 페어차일드반도체가 모토로라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떨어져나온 온세미컨덕터에 2016년 인수되면서 부천공장의 간판은 재차 바뀌었다. 모토로라에서 반도체를 연구했던 강기동 박사가 세운 부천공장이 돌고 돌아 모토로라에서 비롯된 온세미컨덕터 품에 안긴 것이다.

부천공장이 반백년을 맞는 동안 같은 시간을 쉼 없이 걸어온 한국 반도체 산업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1977년 3억달러에 불과했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2022년엔 1천292억달러, 지난해엔 986억달러를 기록했다. 40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소재한 용인, 화성, 평택, 이천 등도 도시의 성장사(史)를 반도체와 더불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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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용인, 화성, 평택, 이천 등 경기도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카'가 됐다. 1977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직후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에서의 연구개발 모습. /부천시 제공

이들 지역과 더불어 현재 부천공장을 품고 있는 온세미컨덕터코리아는 부천을 발판 삼아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주력 생산품은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로 전기차 등에 많이 쓰인다. 부천공장 등에서 생산된 전력반도체가 테슬라, 현대차그룹 등 주요 자동차 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50년 전 한국반도체를 설립한 강기동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부천공장에 대해 "도당동 공장은 역사의 현장이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함으로써, 반도체의 역사가 또 다른 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천시 역시 "국내 반도체 역사가 부천에서 시작된 후 50년간 반도체 산업은 부천 지역에도 매우 의미가 큰 산업이었다. 전력 반도체 등 향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제품들이 부천에서 중점 생산되는 만큼, 지원에 주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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