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끝까지 읽었나요? 숏폼이 익숙한 ‘문해력 저하의 시대’

입력 2024-02-27 18:12 수정 2024-02-28 14:21

수원 광교 등 문해력 학원 늘어나

독서·맞춤법·집중력 향상 교육 등

대학생과 직장인들 과외 찾기도

보고서 읽고 작성하는 것 어려워

문해력

22일 오후 6시께 부천시 상동 소재 이든국어 독서교육원에서 독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4.2.22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지난 22일 오후 6시께 부천시 상동 소재 한 독서교육 학원. 수업이 시작되자 예비 초등학교 4학년 학생 4명이 책상에 앉아 ‘알나리깔나리, 우리말 맞아요?’ 책을 폈다. 이날은 순우리말을 배우고 문장을 만들어보며 학생들끼리 서로 퀴즈를 내는 시간. 30여분 동안 초롱초롱한 눈동자 8개가 바삐 굴러갔다. 먼저 과제를 수행한 한 학생은 이내 초등과학 학습만화인 ‘Why’ 시리즈를 책장에서 꺼내 읽기도 했다.

해당 수업을 진행한 조윤주 이든국어 독서교육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예전과 비교했을 때 아이들의 전반적인 학습 능력과 집중력 등이 많이 떨어진 편이다. 학부모들이 이런 원인을 문해력에서 찾는 것 같다.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시선 측정 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읽기 속도와 태도 등을 파악한 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효과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유튜브, 숏폼 등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늘자 아이도, 어른도 문해력 저하를 느끼며 학원을 찾고 있다. ‘문해력 저하 시대’의 단면이다.

27일 국제학업성취도(PISA) 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평균 점수는 515점이다. 직전 조사인 2018년(514점)보다 1점 올랐지만 2009년(539점) 이후로 대체로 하락세다.

같은 기간 읽기 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도 늘었다. 2009년엔 이 비율이 5.8%에 그쳤지만, 2022년엔 14.7%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만 15세 학생(중3~고1)의 수학·읽기·과학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시행되는 조사다.

국내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갈수록 하락하는 원인은 문해력 저하와 관련 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문해력 저하 현상도 차츰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학령 전환기(초등학교 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 127만6천789명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이용 실태 조사를 보면, 스마트폰 과의존사용군은 10.3%인 13만1천560명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1명꼴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 속, 문자를 보는 것보다 영상을 접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대체적인 현상이다. 여기에 최근엔 숏폼이 부상하면서 영상 길이가 1분 이내로 짧아지자, 문해력 저하 현상 역시 심화하는 추세다.

이에 문해력을 늘리기 위해 학원을 찾는 초·중·고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수원 광교, 안양 평촌 등 학원가에서 문해력 학원이 증가 추세다. 이들 학원에선 기초적인 독서 지도뿐만 아니라 맞춤법 교육, 집중력 향상 교육 등이 이뤄진다. 시선 측정을 기반으로 한 읽기 진단 검사 및 상담을 한 후 독서 지도, 토론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대학생과 직장인 등 성인들도 학원을 찾긴 마찬가지다. 수원 광교에서 독서 지도 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요새는 어른들도 상담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 성인반은 개설하지 않았는데 과외라도 해줄 수 없느냐 묻기도 한다”며 “문의하는 사람 대부분이 보고서를 읽고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해력 저하가 일상의 불편을 넘어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 하락과 향후 성별, 세대간 소통 단절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문해력 저하 시대 속 가정과 학교에서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편지윤 청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가정에선 부모가 같이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책을 읽고 관심을 보일 때 말 한마디라도 붙여주면서 대화하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선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처럼 전문성이 있는 교사가 학생과 1대1로 만나 지도하는 교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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