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흥·고양·성남 등 유치전
입지조건 자유롭고 수평적 구조
부가가치도 높아 지자체들 선호

"앵커 기업 한두개로 성장 못해"
道 차원 생태계 조성 우선 지적도

국가첨단전략산업인 바이오 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경기도 지자체들의 바이오 산업 유치전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이번엔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29일까지 신청을 받는 가운데, 과잉 경쟁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산업 성공을 위해선 개별 시·군이 독자적인 유치 경쟁에 매몰될 게 아니라 경기도 차원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까지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공모를 진행한다.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나선 경기도 기초단체는 수원시, 시흥시, 고양시, 성남시 모두 4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각자 가진 인프라를 토대로 지역 특색에 맞는 특화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는 광교테크노밸리 등 주요 산업 거점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시흥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시흥 서울대병원과 연계한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고양시는 일산테크노밸리를 기반으로 한 암-오가노이드 바이오 특화단지, 성남시는 관내 바이오헬스 기업과 연계한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 및 특화단지 조성을 각각 앞세웠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외에도 지자체들은 바이오 산업체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연천군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인 파주시 소재 (주)한미양행과 협력해 경기북부 그린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고, 남양주시는 3기 신도시인 왕숙신도시에 바이오 산업체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들이 바이오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다른 산업과 대비되는 특장점 때문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다른 국가첨단전략산업과 달리 바이오 산업은 비교적 입지 조건이 자유롭고 산업 구조가 비교적 대기업 기반의 수직적 구조가 아닌 개별 기업 간 수평적 구조라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2022년 국내 바이오 산업 생산 규모는 23조4천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하는 등 유망 산업이기도 하다.

바이오산업을 유치하고 있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족할 수 있는 산업이 없는 지자체로서 바이오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 산업이면서도 장벽이 낮아 매력적"이라며 "그러다 보니 다른 지자체도 많이 뛰어드는 상황인데 쉽진 않다. 다른 곳에 있는 기업을 이전시켜 유치하거나 창업을 활성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잉경쟁이 오히려 산업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학·연구소·기업 등이 어우러진 탄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책 연구기관 소속 바이오 정책 전문가는 "앵커 기업 한두 개 유치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바이오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건 아니다. 대학, 연구소, 기업, 인·허가 기관 등이 포함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경기도 차원에서 정책을 펼쳐도 어려운데 시·군들이 각자도생하듯 나선다면 더욱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경기도는 향후 조성될 광교 바이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도내 여러 기초단체와 협력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광교를 중심으로 기초단체와 협력해 바이오 산업을 끌고갈 것"이라며 "올해 23억원을 투자해 인력을 양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