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닫힌 교문 안에는 '교직원의 전기차 충전 천국'

입력 2024-04-15 19:37 수정 2024-04-15 19:4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16 6면

59억 들여 먼지 쌓이는 공중시설


초중고 282곳 설치 외부개방 3곳뿐
대부분 학생안전 이유 외부인 제한
"오픈여부 학교장 권한" 강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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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면수가 50면 이상인 학교를 포함한 공중이용시설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친환경자동차법이 개정되어 시행중인 가운데 충전기를 설치한 대다수 학교가 시민개방을 꺼리면서 교직원 전용 시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고등학교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2024.4.1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외부인들은 못 들어와요. 여기 (전기차) 충전기는 교직원들 전용이에요."

15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A초등학교 주차장. 이곳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최소 열흘 동안 쓴 흔적이 없었다. 전기차 충전기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해당 기기의 사용 내역 등이 나온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를 외부인들도 이용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럴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이 예산 59억원을 들여 지난해부터 초·중·고교 282곳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가 교직원 전용 시설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인에게 전기차 충전기를 개방한 학교는 이 중 3곳뿐이다. 이마저도 완전 개방이 아닌,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일과 시간에만 문을 열어두는 부분 개방 방식이다.



국회는 공중이용시설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2022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을 개정했다.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 편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공중이용시설에는 주차 면수가 50면 이상인 학교도 포함된다. 인천시교육청이 큰 예산을 들여 학교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이유다.

이 법은 전기차 이용자가 주거지 인근에서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에선 외부 차량이 자유롭게 출입하면 학생들이 교통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외부인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학교 안에선 법의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부에 문의해 학교는 전기차 충전기를 개방하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국가 보조금이나 민간 지원을 받아 설치하면 정부나 해당 업체 요구에 따라 개방하기도 하는데, 인천시교육청 예산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학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부분 개방한 학교 3곳도 환경부 보조금을 일부 받아 마지못해 개방한 경우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뿐만 아니라 학교 개방 여부는 최종적으로 기관장(학교장) 권한이라서 일선 학교에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천시교육청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끝난 후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개방 의사를 물었는데, 학생 안전이나 보안상 이유 때문에 대부분이 부담스러워했다"며 "학교 개방이 의무가 아니라서 선택권은 학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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