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성인 페스티벌 놓고 '아우성'… 간극 더 벌어진 성문화 갈등

입력 2024-04-21 20:27 수정 2024-04-21 21:0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22 1면

수면 위로 떠오른 성인 콘텐츠 논란


개최 장소마다 반발… 행사 취소
양지화 둘러싼 여론 여전히 분분
"남성 성적 자기결정권 악마화"
"여성 도구로… 성해방과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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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XF The Fashion 주최측이 대체 장소를 구해 다시 행사를 추진 중인 가운데 3일 오전 수원 메쎄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개최 반대를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2024.4.3./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지난해 유튜브를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엔 AV(Adult Video) 배우들의 출연 빈도가 급상승했다. 3월 국내 모 연예인의 유튜브 예능 채널에는 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출연해 조회수 1천만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4월에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성인 대상 토크쇼 '성+인물'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연예인들은 일본의 다양한 성 산업을 소개하고 성인 배우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토크쇼는 일본 성인물 산업의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줬다는 일부 여성단체의 항의가 있었지만 흥행에 성공하며, 8월과 이듬해 2월 각각 대만편과 독일, 네덜란드편을 공개해 다시 한 번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러던 지난 2월 AV 배우들이 수원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만명 규모의 참가자가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이하 KXF)'을 연다는 것이 주최사 플레이조커의 설명이었다. 온라인으로만 소비되던 성인 콘텐츠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간 단발성으로 일부 AV 배우들을 초청해 팬미팅을 가진 행사는 있었지만 KXF처럼 대규모로 참가자를 받고 성인용품 등 여러 성인 콘텐츠를 한데 모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주최사는 미국의 'AVN(Adult Video News)', 대만의 'TAE(Taiwan Adult Expo)'처럼 한국에서도 KXF를 통해 본격적인 성인 콘텐츠 양지화를 선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는 곧장 반발에 부딪혔다. 개최 장소로 꼽은 수원과 파주, 서울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장소 이동 끝에 KXF 주최 측은 결국 지난 18일 행사 참여 배우의 신변 보호 등의 사유로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행사는 취소됐지만 성인 콘텐츠의 양지화를 둘러싼 여론은 여전히 분분하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과 주최사 플레이조커 측은 이를 성별 갈등의 한 갈래라고 주장한다.

 

기자회견 하는 천하람 선대위원장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 /연합뉴스

앞서 천 당선인은 19일 "개최가 무산된 지자체에선 과거 성인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인 내용의 공연이 진행된 적도 있고 현재도 공연 중이다"라며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달리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제한하고 악마화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천 당선인이 언급한 공연 역시 취소돼야 한다며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공연에 대한 민원을 파악했고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성·청소년단체를 비롯한 반대 측은 KXF가 성별 갈등과 무관한 왜곡된 성문화의 확산이라고 주장한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KXF는 모두가 즐겁고 평등하게 성에 대해 나누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성인 페스티벌이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도구로 삼는 포르노적 관점의 행사와 콘텐츠는 성 해방과 오히려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의당과 일부 시민들은 KXF 역시 유사 성매매의 일종으로 보고 이에 대한 규제 입법을 국회에 청원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플레이조커는 지난 19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인 유튜브를 통해 "민간 행사장에서 일어나는 행사는 서울시가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자 KXF 취소를 번복하며 5~6월 중으로 재개를 선언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행정력 남용' vs '도덕성 우선'… 수면 위로 떠오른 성인 콘텐츠 논란)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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