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한다" 경기도민 공분 부른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입력 2024-05-02 20:25 수정 2024-05-02 20:3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3 3면

공모전 선정 경기북도 새 이름 "이미 많은 곳 사용" 비판 직면
상징성 부족·수상자 논란… 설치 여론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

 

경기북부의 새 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
1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석창우 화백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새 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를 공개하고 있다. 2024.5.1 /연합뉴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경기북도)가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새 이름을 얻자마자 이름 때문에 도민들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다.

무려 1천만원이라는 대상 상금을 걸고 진행된 공모전이어서 경기도는 성과를 기대했는데, 정작 현실은 잡음만 키운 꼴이 됐다.

경기도는 이번 논란이 경기북도 설치 여론에도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 이미 많은 '평화누리'…걸맞지 않은 새 이름

'평화누리'라는 명칭은 관광 명소, 민간 업체 등 이미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보편화된 이름이다. 이에 경기북도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북부엔 이미 평화누리가 선점한 곳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는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일 것이다. 평화누리공원은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2005년 조성됐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임진각을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김포시·고양시·파주시·연천군 등을 잇는 '평화누리길'도 있다. 평화누리길은 2010년 개장한 한국 최북단의 걷는 길로, 12개 코스로 이뤄진 길에서 역사 유적과 자연을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화누리를 상호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포털사이트에 평화누리를 검색하면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상조회사가 가장 상단에 보인다.

아울러, 평화누리에서 북한이 연상된다는 의견과 '옛 느낌'이 풍긴다는 부정적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새이름을 발표하며 경기북부를 평화롭고 희망찬 세상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이 경기북부 주민들에게는 설득력 있지 않은 모양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 북부 지역에 DMZ와 같은 유산도 있기 때문에 '평화'라는 키워드가 상징적으로 쓰인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종교적 연관성은 일체 없다"고 부연했다.

■ 대상 수상자 대구 할머니의 정체는?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신모(91)씨가 '공모전 헌터'였다는 사실은 누리꾼들을 통해 적발됐다.

김 지사는 대상을 발표하며 신씨에게 1천만원의 상금과 도지사 상장을 수여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91세의 고령에도 불구,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을 휩쓴 경력이 있다.

부산관광패스 영문 명칭 콘테스트(모바일 치킨 교환권), 한국인력산업공단 과정평가형 슬로건 공모전(대상), 광주광역시 북구 복합문화복지 커뮤니티센터 명칭 공모전(장려상) 등이다.

특히 수상자가 행사장에 참석지 않고 대리인을 보낸 점도 의아하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정한 심사 과정을 거쳤으며, 특히 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온라인 투표 결과도 1등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추린 10개의 후보작 중에서 온라인 평가 50%, 전문가 평가 50%를 반영해 최종 대상작을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 "홍보용일 뿐" vs "예산 낭비"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는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공식 명칭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에 들어갈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 또한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식 명칭도 아닌 이름을 짓는 공모전에 대상 등 상금만 1천750만원이 쓰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홍보 및 이미지 쇄신 용으로 활용되는 명칭인데, 이 부분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큰 상황"이라며 과거 세종특별자치시의 이름 선정 과정을 선례로 들었다.

그는 "당시에도 '세종' 이외에 다른 후보도 있었지만 위원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공식 명칭이 되는 과정이 있었다. 경기북도도 이후 중앙정부 및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공식 명칭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투표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민선8기 경기도의 경기북도 로드맵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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