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 유치하려던 오산 가장동
정부가 공공택지 후보지 지정 찬물
금싸라기 오산 서울대병원 부지 등
선택지 늘고 보상금까지 챙길 수도

 

AMAT 오산 옛 서울대병원 부지9
사진은 오산시 내삼미동 서울대병원 유휴부지. /경인일보DB


외투기업 유치 과정에서 세밀한 검토를 하지 못한 정부의 헛발질 때문에, 일선 지자체만 마음을 졸이고 외투 기업만 양손에 떡을 쥐게 된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의 R&D센터 유치 부지가 공공택지로 지정돼 스텝이 꼬인(4월30일자 1면 보도) 이후 벌어진 일이다.

AMAT이 당초 매입한 땅은 공공택지로 지정돼 보상을 기다리게 됐고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오산 서울대병원 부지를 대체지로 협상할 예정이어서, 최소한 '땅'으로 손해 볼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외투 유치가 혹시나 실패로 돌아가지 않을까 AMAT의 입맛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협상에서 AMAT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1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대체부지로 거론된 오산시 내삼미동 일대 서울대병원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가 나와 AMAT과 조만간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AMAT은 지난해 R&D센터를 짓기 위해 오산시 가장동 일대 부지를 최종 매입했지만 같은 달 해당 부지가 정부의 공공택지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부지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를 앞다퉈 실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실무에서는 손발을 맞추지 못해 대체부지를 물색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에 오산시는 AMAT에 내삼미동 일대 서울대병원 부지를 대체부지로 제안했고, 제시된 감정평가액을 토대로 협상을 해야 한다. AMAT 입장에서는 기 매입한 부지는 공공택지 지정으로 웃돈을 받고 보상받을 수 있게 되고, 대체부지로 서울대병원 부지를 매입하게 될 경우 동탄신도시와 맞붙은 금싸라기를 품게 된다.

경인일보가 자문을 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일반적으로 공업용지가 주거용지보다는 가격이 낮게 책정되지만 AMAT이 매입한 가장동 부지는 대로변에 있기도 해서 공시지가의 2배 정도 보상금이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부동산적 가치를 따질 경우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AMAT이 해당 부지에 대해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만, AMAT이 해당 부지를 최종적으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AMAT 센터 유치를 두고 오산시 이외 다른 지자체 등에서도 복수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업체 유치를 정부가 방해했다는 여론이 이미 조성된 상태에서, AMAT이 그 어떤 국내외 기업보다도 유리한 입장에서 정부 및 지자체와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정부 헛발질이 글로벌 기업의 선택지를 늘리고 사실상 특혜를 주는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AMAT과 실무를 협의 중인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는 "경기지역 여러 시군이 유치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 AMAT이 오산시 서울대병원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AMAT은 협상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기업에게 입지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결정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