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A교회 여고생 사망사건

"교회 합창단은 규율 강한 곳… 여고생 학대 당한 걸 모를리 없다"

입력 2024-05-23 20:01 수정 2024-06-03 14: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24 4면

'교회 여고생 사망' 꼬리무는 제보

교단 설립자 딸이 '단장' 3층에 거주
"피의자는 단원" 교회 해명과 달라
마사지 용도 침대 어디론가 옮겨
국과수는 폐색전증 사인 1차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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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A교회에서 공개한 방에 마사지 전용 침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다음날인 17일 다시 공개한 방에서는 어디론가 옮겨졌다. /경인일보DB

인천 A교회에서 지내던 여고생이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진 사건은 학대 혐의로 구속된 신도 B(55·여)씨 외에 교회 합창단이 깊이 관련돼 있다는 익명 제보자의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하는 교회 전 신도 등의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5월23일자 6면 보도="여고생 사망, 교회합창단과 연관" 제보… "사이 좋았다" 부인).

특히 A교회가 속한 교단의 설립자 딸이 합창단장이며 여고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B씨와 교회 합창단의 관계를 알리는 증언들이 나와 주목된다.



경인일보는 숨진 여고생 C(17)양과 관련해 B씨뿐 아니라 일부 합창단원 등이 학대에 가담했거나 방조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제보를 보도한 이후 교회 전 신도 등과 23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특히 한 제보자는 "A교회는 합창단이 거점으로 삼는 곳"이라며 "교단 설립자 딸인 합창단장 등도 교회 3층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창단장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 정도로 합창단은 규율이 강한 곳"이라며 "아이(C양)가 학대당한다는 것을 합창단 관계자들이 모를 리 없다"고 했다.

A교회가 속한 교단이 2000년 창단한 합창단에는 지휘자, 성악가, 피아노 연주자, 오케스트라 등 100여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C양이 숨져 있던 방은 교회 2층 '216호'다. 복도 바로 맞은편에는 합창단 숙소로 쓰인 공간이 있다. 이 제보자는 "A교회 2층은 신도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합창단만의 공간으로, 단원들이 합숙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공범 존재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해 합창단원 등 교인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회 측은 줄곧 "인천 교회는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만 합창단이 잠시 머무는 곳"이라면서 C양의 사망에 합창단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신도 B씨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B씨의 실명을 정확히 언급한 또 다른 제보자는 "B씨는 A교회와 같은 교단인 대전 한 교회에서 '기(氣) 치료사'로 일했다"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등 마사지를 해주는 역할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합창단장이 B씨에게 대전에서 운영하던 마사지 가게를 접고 합창단으로 들어오라고 해 인천으로 온 것"이라며 B씨는 그저 C양을 돌본 인물일 뿐이라는 A교회 측 해명과 달리 그가 합창단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C양은 올해 초까지 세종시에서 살다가 3월부터 A교회에서 B씨와 지내던 중 지난 15일 숨졌다. 소방과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C양은 온몸에서 멍자국이 발견됐고, 손목에는 붕대 등으로 결박된 흔적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양 사인이 외상이나 장시간 움직이지 못한 경우 발병하는 '폐색전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냈다.

C양이 사망한 다음 날인 16일 A교회 측이 취재진에게 건물 내부를 공개했을 당시 C양이 지냈다는 방에는 마사지 전용 침대가 있었다. 제보자 주장이 맞다면 이 침대는 B씨가 마사지 등을 하는 용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학대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발표 이후 17일 A교회 측이 이 방을 일부 취재진에게 다시 공개했는데, 이때는 침대가 어디론가 옮겨져 있었다.

경찰은 단시간 범행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학대에 의해 C양이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한 B씨에게 법정형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치사나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교회 관계자는 23일 "C양이 머물던 숙소는 창문만 열면 바로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구조"라며 "평소 알고 지내던 교인들이 이곳을 오가며 C양의 안부를 물었는데 이런 곳에서 일어난 학대를 알고 방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합창단 거점이 A교회라는 제보에 대해서는 "합창단 소속이 아니라 그들의 일정과 동선을 잘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합창단장의 방은 따로 없고, (우리) 교회에 잘 오지도 않는다"고 부인했다.

/변민철·이상우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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