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시행 1년 전세사기 특별법… '선(先)구제 후(後)회수' 개정안 통과

입력 2024-05-28 20:37 수정 2024-05-28 20: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29 1면

국회 넘은 '근본적 구제의 길' 정부안 포함 선택지 넓히자


미추홀구 70%가 최우선변제금 제외 실정
공공이 우선매입 임차인 보증금 일부 해소
與 반대속 윤대통령 거부권 가능성 높아
22대 재발의… "그동안 거리로 나앉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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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야당 단독으로 전세사기특별법은 통과됐으나 곧바로 박상우 국토부장관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2024.5.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선(先)구제 후(後)회수'(후 구상)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28일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시행 이후 약 1년 만으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본적 피해를 구제할 길이 열렸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런 내용이 담긴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내용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경·공매 중지, 우선매수권,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매입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해당 방안들이 '빚에 빚 더하기'로 실효성이 낮고 이미 전셋집에서 퇴거한 피해자, 불법 건축물 입주자, 신탁사기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여야는 지난해 5월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당시 6개월마다 해당 법을 보완 입법하기로 했지만, 이후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을 놓고 대립해 개정안 처리가 미뤄졌다. 그러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약 1년 만에 전세사기특별법이 개정됐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채권'(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공공이 우선 매입해 임차인에게 보증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이후 채권(집주인에게 구상권 청구)을 처분해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내용이다. 이 방안으로 사각지대 피해자들을 비롯해 최우선변제금(경매에서 소액 임차인이 가장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 일부)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보증금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건축왕' 남모(62)씨 피해자 상당수가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인천시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70%가 근저당 등의 이유로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 입장 발표1
전세사기 특별법이 처리된 28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면 '폐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어렵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막대한 재정 투입에 대한 부담과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논의 전에 모두 퇴장했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국토교통부는 제22대 국회 구성 이후 전세사기 개정안에 대해 협의하자며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매차익(LH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익)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해당 차익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월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기존 거주 주택에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그동안 공공매입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였던 위반 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매입 대상에 포함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하겠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받지 못하면 폐기되며,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 후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본회의를 지켜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특별법 개정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또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 경매가 다시 시작된 다수의 피해자는 거리로 나앉게 된다"며 "정말 민생을 생각한다면 특별법 개정안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등에 최초로 제안한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공매입 확대 방안도 현행 법보다 적극적으로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지만, 여전히 이미 퇴거한 가구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이번 개정안을 토대로 다음 국회 때 정부안까지 모두 넣어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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