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공유자전거 활주’ 바이커 되는 파리지앵의 일상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올림픽 길 막아도 공유자전거 이용
전용도로·주차구역 지켜져 질서정연
‘Ce métro ne s’arrête pas à cette station(이 역에는 정차하지 않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이 시작된 전후로 파리 시내 주요 지하철역들이 막혔다.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없게 됐지만, 파리지앵들은 예상과 달리 평온하다. 큰 불만이 표출되지 않는 데는 파리 시내 곳곳에 배치된 공유 자전거가 한몫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역과 샤토 드 뱅센역을 잇는 지하철 1호선. 지하철에 탑승하자 노선도에는 ‘X’로 표시된 역들이 눈에 띄었다. 파리 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콩코르드역이 대표적이다. 개선문-샹젤리제 거리-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해당 역은 명소 관람, 쇼핑, 휴식 등을 한데서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이렇게 주요 지하철역이 폐쇄되면서 목적지에서 한 정거장에서 많게는 세 정거장까지 떨어져 하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외로 파리 시민들은 동요치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개 연두색(Lime·Velib)과 하늘색(Dott)의 공유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이동하고 있었다.
파리 17구의 포르테 마이요역 근처에서 만난 독일 출신의 파리 거주 시민 쿠사이 가라베(23)씨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며 “파리에는 정말 많은 자전거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바이커들이 도로를 다니기에 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해진 자전거 주차 구역에서만 공유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공유 자전거를 도보 아무 데나 세워두는 등 어느새 골칫거리로 전락한 경기도내 주요 지자체의 모습과는 대비됐다.
자전거가 도보 한 구석에서 달리는 게 아닌, 엄연히 차도 옆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만 오가는 점도 특징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수신호를 사용해 좌회전 또는 우회전 의사를 표시했으며, 검지를 뻗어 자동차 운전자에게 잠시 정지해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열렸던 이번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시내 곳곳이 통제된 상황에서 공유 자전거가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프랑스인 스테파니(53)씨는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게 파리 자전거의 장점”이라며 “거리가 막혔을 때도 시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충분히 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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