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온 40℃ 찍은 이유는…
티베트·북태평양고기압 열 불어넣고
산 많으면 더운 공기 빠르게 사면 덥혀
관측장비 위치상 기온 측정에 영향도
여주시 옛 점동면사무소(현 여주도시공사) 창고 옥상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2024.8.5 /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주와 양평의 한낮 최고 기온이 40℃를 기록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더위의 원인을 북태평양고기압을 꼽고 있지만 산이 많고 분지인 지역 특성이 온도 상승을 가속화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여주의 온도는 40℃, 양평은 39℃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온도를 갱신했다. 국내에서 40℃대 기온이 측정된 것은 2018년 8월 이후 6년만이다. 1942년 8월1일 대구 기온이 40.0℃를 기록한 뒤 2019년 8월1일 양평·홍성·북춘천·의성·충주의 기온이, 14일에는 의성의 기온이 40℃를 넘었다.
최근의 고온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대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과 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로 고온다습한 남풍이 열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주·양평처럼 산이 많고 강을 끼고 있는 지형의 온도 상승 원인으로 산 정상과 골짜기의 기온 차로 인한 '산곡풍'을 꼽는다.
여주는 구릉과 저지가 혼합돼 중앙부가 낮은 분지 지형이고, 양평은 지형의 70% 이상이 산지로 주민생활권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 형태다.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지역의 이런 지형적 특성은 폭염에 취약하다.
양평과 같이 산이 많은 지형은 낮에 밀도 높은 뜨거운 공기가 산 위로 올라가며 산 사면 등을 빠르게 덥힐 수 있다.
최근 40℃를 기록한 여주시 전경. /경인일보DB |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에 위치한 높이 1천m 내외의 유명산·용문산의 영향으로 산곡풍이 탁월, 낮에는 주변 기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런 특성으로 겨울엔 냉기가 흘러내려 기온이 낮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일각선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 위치 등으로 측정온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주 관내 기상관측장비는 10개소로 이중 8개소는 읍·면 공공청사 옥상에, 나머지 2개소는 점봉배수지와 대신면 초현리 농지 등 지상에 설치돼 있다.
지난 4일 오후 3시께 옛 점동면사무소 창고 옥상의 자동기상관측장비의 기온 측정치는 40℃에 달했고 4시께 금사면사무소 옥상은 41.6℃로 36~38.5℃를 기록한 타 측정소에 비해 3~4℃ 높았다.
이에 여주시는 자동기상관측장비 지상 이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수도권기상청과 이전 대상지 협의를 완료하고 이달 중 5개소, 9월 3개소를 차례로 이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산지가 인접한 금사면은 관측장비가 옥상에 설치돼 있지만 주변이 막혀 있고 바람이 불지 않아 온도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옥상에 우레탄방수제가 도포돼 있어 보온효과 등으로 온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태복·양동민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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