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정전 사태 잇따라 '눈앞이 깜깜한 더위'

입력 2024-08-06 20:59 수정 2024-08-07 18:5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7 1면

'극한 폭염'에 전력수요 정점…

만수동 4개동 300가구·가정동 1개동 '변압기 과부하'로 전기 끊겨
인천 848개 단지가 20년이상… 설비 수용능력이 전력량 감당 못해


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정전된 아파트 입주민이 전기가 끊긴 집에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다. 2024.8.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정전된 아파트 입주민이 전기가 끊긴 집에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다. 2024.8.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인천에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노후 아파트에서 정전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 단지. 이 시각 기온이 30℃까지 치솟은 찜통더위에 지칠 대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주민들이 단지 내 정자에 모여 앉아 연방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전날인 5일 오후 7시30분께 300여가구가 사는 4개동에 정전이 발생했다.

아파트 주민 윤창규(61)씨는 "재작년 여름에도 전기가 잠깐 끊긴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전기가 금방 들어오겠거니 했다"며 "한밤중에 말도 못하게 더웠다. 냉장고도 전원이 꺼져 음식이 상했을까봐 아침은 빵으로 때웠다"고 푸념했다.



정전이 복구되지 않자 한밤중 주민들은 지인 집으로 피신하거나 임시방편으로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더위를 잠깐 식히기도 했다.

 

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가 정전이 된 가운데 입주민이 정전이 된 집에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다. 2024.8.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가 정전이 된 가운데 입주민이 정전이 된 집에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다. 2024.8.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주민 신대원(49)씨는 "80대인 부모님이 밤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찜통 같은 집 안에서 버티셨다는 이야길 듣고 혹시라도 온열질환에 걸릴까봐 아침부터 무선 선풍기를 들고 부모님 댁을 찾았다"며 "몇 해 전 정전이 발생했을 때도 변압기 문제라고 들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아 또 이렇게 반복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긴급 복구 작업 끝에 이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아파트에 전기가 들어왔다. 한국전력공사는 1987년 사용승인을 받은 이 아파트의 노후된 변압기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아파트 측에 변압기를 수리하도록 조치했다.

 

또 5일 오후 9시44분께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1개동 6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1989년 지어진 이 아파트도 오래된 변압기가 고장나 전기가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거래소는 아파트 정전사태가 이어진 5일 기준 시간당 전국 최대전력수요가 93.8GW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여름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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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극심한 폭염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앞으로도 노후 아파트에서 정전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지역 아파트 1천309단지(지난해 12월31일 기준) 중 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848단지에 달한다. 이런 노후 아파트는 변압기, 전선 등 전기설비의 수용 전력이 해마다 급증하는 전력량을 감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된 변압기의 과부하로 인한 정전과 화재 등을 미리 예방하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여름철이 되기 전 변압기 상태를 미리 점검해 교체나 수리를 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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