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썸머나이트런' 18명 병원 이송
인원 늘리고 출발 간격도 안지켜져
안전계획서 신고뿐… 반복 우려도
2024 썸머나이트런’이 열린 지난 17일 저녁 현장. /전국마라톤협회 유튜브 캡처
지난 주말 하남시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탈진 증세에 무더기로 병원에 실려 가는 등 대회가 파행을 겪은 가운데, 운영사 측의 엉성한 대회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 '2024 썸머나이트런'이 열린 하남 미사경정공원 일대에서 오후 7시 30분을 전후해 대회 참가자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등 온열질환 의심 관련 3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온열질환자 28명 가운데 18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고 나머지는 수액 등 현장 처치했다.
이 가운데 운영사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원성이 참가자 사이에서 드높다. 애초 10㎞ 단일 코스에 6천 명이 참가하기로 했는데, 신청자가 몰리자 운영사 측은 인원을 1만 명가량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스가 비좁은 순환 코스로 구성된 것을 고려해 출발 그룹을 세 그룹으로 나눴지만, 실상은 간격을 두지 않고 출발시킨 결과 현장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한 참가자는 "고작 10㎞ 마라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쓰러질 수 있느냐. 조명도 제대로 안 들어왔고 나이트런이 아니라 그야말로 '좀비런'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블로그,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도 이 같은 불편을 느낀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2024 썸머나이트런’ 미숙 운영에 공식 사과문 게재한 주최측 |
문제는 이러한 위험 상황이 반복돼도 마땅히 대처할 규제 방안이나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하남시는 대회 전 운영사로부터 '안전계획서'를 받았지만, 사실상 신고 형식이라 형식적 조치에 그친다. 시 관계자는 "계획서를 토대로 심의해 수정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운영사가 반영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대회를 주관한 전국마라톤협회는 참가자들에게 사과문을 게재했다. 협회는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향후 7, 8월에 대회를 열지 않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달리기 대회가 주로 야외에서 열리는 만큼, 기후 요인 등을 고려한 운영 지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성덕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폭염, 폭우 등 계절 요인에 따른 예상할 수 없는 위험 상황이 있는 만큼 지침 내지는 규약을 정해 대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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