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트럭이 내뿜는 분진 등으로 환경 피해를 입었던 인천 중구 항운·연안아파트. 해당 아파트 입주민 1천191가구를 통째로 송도국제도시로 이주시키는 인천시 대책이 19년 만에 가시화하고 있다.
항운·연안아파트는 1980년대 초반 인천 남항 일대에 건립됐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인천항 물류단지를 오가는 대형 화물차와 항만 시설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 등으로 오랜 기간 피해를 입었다. 2005년 인천시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고, 그 이듬해 인천시는 항운·연안아파트를 아암물류 2단지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시와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지방해양수산청는 북항 인근 부지(인천시 소유)와 송도 9공구 부지(해양수산부 소유)를 맞교환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왔지만, 토지가격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사업은 10년 넘게 표류했다.
결국 항운·연안아파트연합이주조합(이하 이주조합)이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넣으면서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이 시작됐고, 2021년 12월 조정이 성립되면서 이주대책이 확정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서에 따르면 인천시는 항운·연안아파트 주민을 송도 9공구로 이주시키기 위해 시유지인 서구 원창동 북항 배후 부지(4만8천892㎡)를 해수부에 주고 국유지인 송도 9공구 아암물류2단지(5만4천550㎡)를 받기로 했다. 인천시와 해수부 간 토지교환 절차는 2023년 3월31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환 차액 255억원은 항운·연안아파트연합이주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렇게 집단 이주가 수월히 이뤄지는 듯 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조정서가 마련된 이후 이주조합이 교환 차액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2년9개월이 지나도록 인천시와 해수부 간 토지 교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주조합 측 요구로 인천시와 해수부 등은 조정서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주조합이 좀 더 수월하게 교환 차액을 마련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천시와 해수부는 당초 지난해 3월까지 토지교환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조정서를 변경해 오는 12월31일까지 토지교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토지교환 신탁률(주민 동의율)은 기존 80%에서 75%로 하향 조정했고, 전체 필지 일괄교환이 아닌 4개 필지 우선교환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조정서 변경 이후 인천시와 해수부 산하 인천해수청은 토지교환을 위한 계약서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천시가 국공유지 교환 방식으로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해수부와 조정서가 성립된 이후 관련 행정 절차가 진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주조합은 토지 교환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항운·연안아파트연합이주조합은 현재 브릿지론을 통한 대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이다. 이성운 이주조합장은 “최근 변경된 조정서 대로 인천시와 해수부간 토지교환이 이뤄진다면 이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되는 셈”이라며 “토지 교환이 이뤄진다면 금융기관과 시공사 모두 사업에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저희가 브릿지론 대출을 받는 게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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