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창간특집
[창간 79주년] 30년 흐른 '송도 개척 프로젝트'… 인천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송도 매립' 의미와 전망
지자체의 '자발적 시도' 드문 일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 꿈꿔
새로운 전략·실행에 미래 달려
30년 전 송도 매립 시작은 바다를 메워 육지로 만드는 단순한 역사(役事)를 넘어 인천의 새판을 짜는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수도권 변방 인천은 송도 매립을 기점으로 국내 최대 해양물류 도시 부산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5일 오전 6시34분 송도국제도시 마천루 뒤로 떠오르는 해를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무의도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넘실거리는 파도 너머 송도국제도시가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미완의 기획' 송도의 앞날을 잠시 떠올려 봤다. 2024.10.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꼭 30년 전 '인천 송도 앞바다 매립 신도시 기공식'이 열린 1994년 9월10일. 김영삼 대통령과 최기선 인천시장 등 내빈들이 공사 시작을 알리는 버튼을 눌렀다.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행사장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인천의 꿈이 현실로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최 전 시장은 훗날 이날을 '인천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날'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전망이 탄생하는 날'로 자서전에 기록한다.
송도 매립은 새 역사를 쓰는 도전이었다. DJ정부 시절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을 역임한 이인석 전 인천발전연구원장은 "돌이켜 보면 인천이 처음으로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했던 첫 프로젝트였다"면서 "송도 매립 이전의 인천은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계획을 실행하는 손과 발 역할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시도는 드문 일이었다. 주안·부평·남동국가산업단지 역시 인천이 생각해낸 것이 아니었다. 송도 개발이 순탄할 리 만무했다.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었다.
'미래를 차단당한 도시 인천'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정부를 설득했다. '지방분권화' '세계화'라는 외부 요인도 작용했다. 인천국제공항, 송도신도시 등을 아우르는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현재에 이른다.
송도국제도시 전경. /경인일보DB |
인천은 송도 매립을 기점으로 도시계획·산업·환경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됐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은 송도를 비롯해 청라와 영종이 2003년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송도·청라·영종 개발은 인천의 도심을 다핵(多核) 구조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제조업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 글로벌 물류·서비스 허브 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기업 유치는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송도 개발의 이면에는 그늘이 존재한다. 천혜의 갯벌을 잃었고 신·구도심 간 지역 불균형이 심화됐다. 특정 기업들의 성장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야 하고, 개발과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신도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구도심까지 미쳐야 한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과제들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남아 있는 송도를 어떤 모습으로 채워가느냐를 깊이 고민한다면 이 같은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송도 개발에 몸담았던 이들의 중론이다. 신도시와 구도심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도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낼 때가 됐다.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일에 애초 정답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송도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 역시 끊임없는 도전의 장이라는 것이다. 인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실행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느냐에 동북아시아 비즈니스 허브 송도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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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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