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콘텐츠를 살려줘
스토리가 된 '다설 마을' 일본 미나미우오누마시 [로컬 콘텐츠를 살려줘·(1)]
3~4m 자연 재해 수준 폭설 내려
수많은 관광객 부르는 히트상품
'핫카이산 청주' 숙성 창고 활용
2년여 전 겨울 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의 한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사람 키보다 훨씬 높게 눈이 쌓여진 모습. /핫카이산 제공
지난 2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의 핫카이산(八海山) 산자락에 '핫카이산(일본 주류 제조업체)'이 조성한 '우오누마 마을'에는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었다. 10월 초였음에도 뜨겁게 내리쬔 햇살로 섭씨 30도에 육박한 기온이 감싸는 늦여름. 우오누마 마을 내 여러 건물 중 설실(雪室) 내부를 꽁꽁 얼릴듯한 냉기로 가득 채운 섭씨 4~5도의 겨울.지방소멸을 막아 줄 해법이 '로컬 콘텐츠'라는 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중요한 건 우리 동네만의 스토리(콘텐츠)들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활용하느냐'다. 한국보다 먼저 지방소멸과 맞선 일본은 죽어가는 지방들을 로컬 콘텐츠가 되살리고 있었다. 한국의 로컬 콘텐츠들은 오히려 외면받거나 사라져 가는 듯 하다.국내 로컬 전문가는 "(한국에선)로컬이 로컬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로컬 콘텐츠와 어우러진 일본 일부 지방들과 한국 로컬 전문가들이 지방소멸 위기의 경기도에 보내는 메시지를 대신 전한다.
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에 주류업체 핫카이산이 조성한 우오누마 마을 내 설실에 최대 1천톤 규모 눈더미가 쌓여 있다. 이 눈은 설실 내 반대편 주류 저장창고에 담긴 술들을 저온으로 숙성시켜 준다. /핫카이산 제공 |
설실 내부 한 쪽에서 강한 냉기를 뿜어내던 최대 1천t 규모의 눈더미는 지난 겨울 내린 눈을 올해 2월 이곳에 옮겨 둔 것이었다. 설실 다른 한 쪽은 냉기를 머금고 최대 8년째 핫카이산 청주 등을 숙성 중인 저장탱크가 자리했다. 올 겨울 또 쏟아질 눈이 내년 6월쯤 이곳 설실 눈더미를 채울 예정이다.
이곳 미나미우오누마 지역은 매년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한다. 온 동네를 3~4m 높이까지 뒤덮은 눈이 매년 겨울 12월에서 3월 내내 유지될 만큼 폭설이 쏟아진다. 홋카이도보다 위도는 낮지만, 시베리아의 추운 바람이 동해의 수분을 머금고 건너와 이곳 산맥과 부딪히며 눈을 뿌려 일본 최고의 다설지로 꼽힌다.
지난 2일 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에 위치한 ‘우오누마 마을’의 설실 내부. 한 쪽엔 최대 1천톤에 달하는 눈더미, 다른 한 쪽엔 이 마을을 조성한 주류업체 핫카이산이 수년째 숙성 중인 청주 저장창고가 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
자연재해 수준의 눈은 주민들에게 안기는 불편도 있겠지만, 미나미우오누마시의 고유한 '로컬 콘텐츠'로서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오는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핫카이산의 주류 양조장, 설실, 식당, 공방, 정원, 판매점 등으로 조성된 이 마을에서 각종 제품을 구매한 사람 수만 연간 30만 명에 달해, 방문객 수는 50만 명을 넘기는 것으로 핫카이산은 추산하고 있다.
이곳 마을을 운영하는 핫카이산의 신조는 지방에서 나오는 물과 쌀로 빚은 품격 높은 술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신조와 눈을 통한 고유 숙성 기술이 작은 도시에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오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었다.
지난 2일 방문한 일본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의 ‘우오누마 마을’ 내 주류 저장창고에 이곳 마을을 운영하는 주류 제조업체 핫카이산이 제조한 각종 주류가 오크통에 담겨져 있다. 2024.10.2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
2년 전 창업 100주년을 맞은 핫카이산의 난운지로 대표는 "지역 자원을 계승해 온 전통과 지혜 등을 양조 기술로 발전시켜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108곳 '축제의 장' 변신… 일본 지역 공장, 관광객·청년 이끈다 [로컬 콘텐츠를 살려줘·(1)])
일본 니가타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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