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등 소래포구의 명암

[수도권 1등 소래포구의 명암·상]갈때 올때 마음 변하는 관광객(관련)

포구의 정취 사라지고 악취만 남았다
   
▲ 지난 25일 오후 7시께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옆 물양장 길바닥에 좌판상인들이 내어준 돗자리가 마구잡이로 들어선 채 관광객들이 그 위에 앉아 해산물을 먹고 있다. /조재현기자

인도 가로막은 술판·노점상
무질서가 판치는 '호객 행위'
어시장 구름인파 '사고위험'

손놓고 있던 지자체와 상인
뒤늦게 '불법과의 전쟁' 돌입
GB묶여 정비 불가능 '한계'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소래포구. 하지만 이곳에는 '불법', '무질서'라는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모른 척'했던 지자체와 상인들은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래포구의 현주소

지난 25일 오후 7시께 수인선 소래포구역. 역사에서 소래역사관 방향으로 이동하는 인도를 따라 늘어선 가로수 밑에는 쓰레기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 10여개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수인선 교각 밑에는 술판이 벌어졌다. 고기 굽는 냄새와 막걸리 냄새가 진동했다. 소래역사관 인근은 더욱 심각했다. 과자, 과일 등을 파는 각종 노점상들이 인도를 가로막고 있었고, 음악CD 등을 파는 트럭은 도로를 막고 있었다.

색소폰을 부는 엿장수는 아예 광장을 독차지했다. 반짝이 여성 수영복을 입은 남성 엿장수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건네며 엿을 팔았다. 광장 내 조형물인 '잔칫상'에는 버려진 일회용 술잔과 김치조각 등이 나뒹굴었다.

이상제(27·수원시)씨는 "소래포구를 처음 왔는데 지나치게 무질서한 것 같다"며 "포구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 왔는데 실망이다"고 말했다.

지나친 호객행위도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호객꾼들은 지나는 차량을 막기도 했다.

사람이 통행해야 할 인도는 횟집에서 내놓은 수족관 등이 차지했다. 인도의 반을 수족관이 가로막고, 해산물을 옮기기 위한 끌차 등을 내놓아 사람들은 정작 인도가 아닌 차도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은 차로변의 우수관로 위에서 횟감을 손질하기도 했다.

한 상인회 회장은 "최근까지 소래어시장 앞 도로를 노점상이 점령해 버스회사에서 소래포구 노선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어시장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인파를 뚫고 해산물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달렸다. 오토바이를 피해 다른 사람과 부딪친 사람의 표정에서는 '짜증'이 묻어났다.

시장 내부는 불결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상황. 젓갈·튀김류 등은 덮개도 없이 보관되고 있다. 관광객 중 일부는 인파가 북적이는 한복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해산물을 먹었다. 상인회에서도 "탈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할 정도.

시장에서는 불친절을 이유로 손님과 상인 간에 다투는 일도 잦다. 한 횟집에서는 갑자기 어린 아들을 품에 안은 한 40대 여성 손님이 소리를 질렀다.

계산을 하기 전에 화장실을 간다고 하는 이 여성에게 "도망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손님한테 이러는 거예요. 다시는 소래포구에 안올 겁니다."

   

■ 변화의 노력과 한계

지자체와 상인들은 현재 소래포구에 많은 문제가 있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최근 남동구는 소래역사관 뒤편 광장에 '소래포구 상황실'까지 차리고, 노점상 등의 불법 행위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주말이면 구청 직원 수십 명이 대대적인 정비활동을 벌인다.

앞으로는 어시장(물량장) 내 위생관리, 원산지 허위표시 등에 대한 단속을 강력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남동구는 소래어촌계와 소래포구 선주상인회, 상인번영회, 포구상인회, 젓갈상인회, 구도로상가번영회, 신도로상가번영회 등 6개 상인회와 환경 개선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상인들에게 남동구청장 명의의 서한문을 보내 함께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린벨트에 자연적으로 들어선 소래포구 어시장을 지자체가 정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시장은 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구에서 예산을 들여 시설물 정비 등을 할 수 없다. 구는 어시장 지반과 선착장 등 연안시설물에 대한 보강 공사 정도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1975년 1천600여㎡ 규모에 물량장이 조성되면서 현재의 어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소래포구에 아직까지 변화의 바람이 불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상인들의 반발도 남동구의 고민을 깊게 한다. 단속을 벌이더라도 그때 뿐이고, 단속팀이 퇴근한 뒤에는 다시 불법 무질서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소래포구 정비의 어려운 점이다.

인천발전연구원 조혜정 박사는 "단속이라는 개념은 갈등을 촉발한다. 물질적인 단속은 그 때뿐이다"며 "상인들에게 대안을 주면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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