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밴쿠버 동계 올림픽 경기와 축제가 한창인 지난달 24일 미국의 배우 겸 탤런트 앤드류 코엔(41)이 밴쿠버시 스탠레이 공원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같은 배우인 부친 월터 코닉이 아들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밝혔지만 자살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1985~89년에 걸친 TV드라마 '유쾌한 시버가(家)'의 보너 역을 맡아 인기를 끌었고 많은 영화에도 출연, 각본과 감독까지 맡는가 하면 정치에도 관심이 높아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기도 했다. 혹여 밴쿠버가 떠나갈 듯한 축제의 환호와 함성에 순간적인 환멸을 느꼈던 건 아닐까. 그 10여일 전인 2월 11일엔 영국의 유명 의상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40)이 런던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녀는 미국 여배우 사라 파커, 니콜 키드먼, 산드라 블록 등의 패션 의상을 도맡아온 인기 최고의 디자이너였다.

작년 11월 1일자 중국 신문들엔 또 인기 여가수 천린(陳琳·39)의 사망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베이징 시내 자택인 맨션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도된 그녀 역시 '아이지우아이랴오(愛就愛了:사랑하고 사랑해요)' 등 많은 히트 곡으로 알려진 가수였다. 41, 40, 39세… 한창 잘 나가고 삶의 참맛도 알 만한 나이에 죽음의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유명 인뿐 아니라 지난 1월 한 달 미군 병사의 자살만도 27명이었다. 2009년엔 160명이 넘었고 2008년엔 197명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39초당 1명의 지구인이, 한국에선 45분에 1명꼴로 자살한다는 게 최근의 자살률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비교적 잘살아 뽐내는 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이 하루 평균 35명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보건복지가족부 발표다. 이에 7개 종교 지도자들이 즉각 성명을 냈다. '자살을 미화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자살도 일종의 '살인'으로 죄악시하는 종교 교리로 미뤄 당연지사다. 그러지 않아도 자살로 저승에 들면 '무단침입 불청객'에 대한 염라대왕의 호통과 함께 천년만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터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