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성추행하고 학대해 온 보육사 남매가 경찰에 적발됐다. 교육의 미명아래 오갈 데 없는 어린이들을 폭행하고,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행태는 '도가니'를 연상케 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온 국민의 가슴을 치게 한 통영 한아름양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라 더욱 화가 치민다.
공부시간에 떠든다고 회초리를 들거나 팔굽혀 펴기를 시킨 이들의 행동은 보기에 따라서는 돌볼 사람 없는 어린아이들에게 엄격한 규범을 강조하려다 파생된 일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아침 식사를 빵이나 우유 따위로 부실하게 제공한 것도 보육시설이 안고 있는 열악한 여건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노릇이다. 그러나 입을 벌리고 있다는 이유로 집게로 입술을 집어 놓거나, 돈이 없어졌다고 아이들을 범죄자로 몰아 무차별적으로 체벌했다는 대목은 곧바로 이 같은 양해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피해 아동들로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공포감, 수치심이 될 게 너무도 뻔한 가혹행위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성추행이라니, 그들이 보육기관의 이름으로 벌여온 모든 '교육적 행위'가 원천적으로 부정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살인, 강도, 성추행 등등의 범죄가 입방아에 오르내린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수법의 교묘함과 흉포성도 날로 극심해진다. 이는 물질 만능, 개인주의로 치닫는 현대 사회에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범죄의 피해자가 아동이나 정신지체자처럼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없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건 그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겪는 불이익과 부당한 피해의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 사회에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이 보육시설이 지자체로부터 정식으로 인가받은 비영리 법인이라는 사실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직무유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해당 지자체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언제나 처럼 '일일이 감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고 하소연할 게 뻔하지만, 사회사업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패악을 서슴지 않는 부류들이 이렇듯 심심찮게 등장하도록 분위기를 만든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들에게 있다. 그 다음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다.
아동범죄, 사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입력 2012-08-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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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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