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직면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 두려움을 뛰어넘어 희망을 갖게될 때에 구원, 즉 생명의 참뜻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 2010년부터 부천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해 온 민병훈 센터장(44·한서대 교수·사진)은 최근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터치'에서 "인간 존엄사와 가난, 알코올중독, 성폭행, 기간제 체육교사 임용 비리, 의료체계의 허와 실 등 인간을 둘러싼 사회의 각종 '두려운' 문제를 직면한 관객들에게 생명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질문을 과감하게 던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려움'에 이어 '생명'을 화두로 한 영화 3부작을 제작하겠다고 예고한 민 감독의 첫 작품인 '터치'. 그는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지난 1일 열린 시사회 '터치'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이 모여 일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랑과 그렇지 못한 삶의 부조리를 동시에 다루며 생명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 민병훈 센터장은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터치'에 생명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출연배우 유준상

민 감독은 "우리 사회가 전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건, 극단화된 양극화의 문제 등으로 우리의 친구들을 자살로 내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사회가 진정 아픈 사람을 돌봐줘야 한다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외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터치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불편함과 심각성'을 주며 종반까지 끌고 간다. 두려움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고, 어떻게 구원시킬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는 인간 구원을 상징하는 희망의 또다른 단어인 '사슴'을 술에 취한채 총으로 쏴 죽여버린 사냥꾼 역을 한 배우 유준상(체육교사 역)을 통해 인간의 절망, 즉 '원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 민병훈 센터장은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터치'에 생명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출연배우 김지영.

반면 인천과 부천을 주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부조리'한 현 의료체계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치료하겠다고 동분서주하는 김지영. 그녀는 타인의 생명을 지키려는 행위 속에서 본인이 오히려 구원을 선물로 받는다.

민 감독은 사슴을 죽여 '원죄'를 저지른 준상과 다른 사람을 터치해 '구원'을 얻은 지영이 이른 새벽에 마주하면서 터트리는 오열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명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순간의 깨달음, 그 의미를 선사한다.

그는 앞선 자신의 영화 연작을 통해 신과 구원의 문제에 이어 권력, 현대인의 허위의식과 자아간의 싸움, 그리고 예술가의 영원한 화두이기도 한 여자 등에 깊이 천착하고 있다.

"영화 배급망을 소유한 특정 자본이 영화를 재미 위주의 상업영화만을 기획, 국내영화계가 고도비만"이라고 언급한 민 감독은 앞으로의 작품세계에 대해 "영화의 예술적인 기능, 시적인 기능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상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