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주소 위탁업체 넘겨
엉뚱한 곳에 채무서류 발송
등기도 아니라 '유출' 위험
관계자 "최소 수준만 담아"


서민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이 개인의 채무 정보가 담겨진 우편물을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 발송하는 등 개인정보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김포에 사는 김모(53)씨는 자신의 사무실로 도착한 우편물을 받고 가슴을 졸였다.

채무정리를 하는 신용정보업체에서 느닷없이 자신의 채무에 대한 관리를 국민행복기금으로부터 위임받았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당 업체는 신용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채무조정 신청을 받고 있다며 세부적 사항에 대해선 우편물에 기재된 담당자와 상담하도록 안내했다.

난데없는 채무 얘기에 깜짝 놀란 김씨는 즉시 우편물에 나와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뒤 담당자로부터 자신의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채무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며 주민번호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구체적으로 문의한 결과, 이름이 비슷한 사람의 우편물이 잘못 전달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처럼 정부는 지난 3월 일반 서민들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한 후 국내 신용정보업체 23곳에 채무조정 업무 등을 위임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행복기금 집행업무 위탁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정확한 채무자 주소정보를 신용정보업체로 넘기면서 엉뚱한 사람들에게 우편물이 발송되고 있다.

더욱이 신용정보업체들은 개인의 채무 관련 정보가 담겨 있는데도 등기우편처럼 수취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일반우편으로 발송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등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우편물도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에 표기하는 마침표가 쉼표로 표기되고 휴대전화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헨드폰'으로 적혀 있는 등 문서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도 아닌데 정부기관이 개인의 채무 관련 정보가 담겨 있는 우편물을 '아니면 말고' 식의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게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안전행정부 협조를 얻어 채무자 주소를 파악했지만 현실적으로 전부 정확하지 않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우편물도 담당자 안내 수준으로 최소 정보만 담는다"고 밝혔다.

/박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