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과천 추사박물관 2025 연합전 ‘추사를 품다’

예술의 물음, 서예로 답하다… 붓글씨에 담아낸 혼과 사유

창조성과 예술혼 담긴 대표작들 한자리에

서화가 우봉 조희룡, 소치 허련 작품 눈길

하이라이트 이한복의 ‘계산무진’ 깊은 울림

검여 유희강의 작품 ‘제석파난권’(왼쪽)과 ‘완당정게’. 2025.5.13 과천/박상일기자 [e-mail]

전시는 ‘물음표’로 시작한다.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서예가·예술가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이곳 과천지역에 던지는 물음이다. “우리에게 추사는 무엇인가?”

과천 추사박물관이 2025 추사 연합전의 일환으로 지난 10일부터 ‘추사를 품다’를 시작했다. 추사로부터 그의 제자를 거쳐 근현대 서예가들로 이어진 추사의 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그동안 추사의 대표작들에서 일부 엿봤으나 전체 면면을 살피지 못했던 창조성과 예술혼을 이번 전시에서 엿본다.

물음표부터 시작한 전시에서 먼저 만나는 것은 추사의 작품 네 점이다. 첫 번째 작품은 추사가 소당 김석준에게 써준 부채글씨 ‘선면예서 한예일자(扇面隷書 漢隷一字)’다. 한예에 대한 추사의 깊은 애정과 함께 공들여 쓴 추사의 예서 글씨를 살펴볼 수 있다. 그 옆 ‘시경(詩境)’ 탁본을 보고 나면, 2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붓 천 자루, 벼루 열 개’ 편지 원본을 만난다. 추사가 과천시절에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이 서찰의 내용 중 ‘70년 동안 벼루 열 개를 갈아 없애고, 천 자루의 붓을 다 닳게 했다’에서 평생 끊임없이 이어간 추사의 노력이 드러난다.

추사의 작품을 지나 등장하는 것은 당대의 서화가 우봉 조희룡과 소치 허련의 작품들이다. 특히, 허련의 ‘팔폭산수병풍’은 화북 산수를 그린 위쪽 8장과 강남 산수를 그린 아래쪽 8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힘 있고 거친 북쪽의 산수와 부드럽고 평온한 남쪽의 산수를 비교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한복의 작품 ‘계산무진(谿山無盡)’은 추사의 글씨를 임모(보고 옮겨 씀)한 작품 중 걸작으로 꼽힌다. 창조적이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형태와 배치에서 추사의 창조성을 엿볼 수 있다. 2025.5.13 과천/박상일기자 [e-mail]

허련의 ‘매화·소운 대련’ 옆으로 소우 강벽원의 ‘석란도 쌍폭’을 보고 나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무호 이한복의 ‘계산무진(谿山無盡)’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한복의 임서 작품 중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절묘한 창작성이 엿보이는 글자의 모양, 한껏 위쪽으로 올려 써 아래 공간을 비우거나 글자 두개를 쌓아 묵직한 무게감을 준 예술적 배치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어 매계 유병기의 ‘쾌설시청’과 소전 손재형의 ‘산해숭심’을 만난다. 손재형은 20세기 후반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인데 우리에게는 ‘소전체’라는 독특한 서체로 알려져 있다. ‘산해숭심’은 손재형의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다.

이어 만나는 것은 검여 유희강의 ‘완당정게’와 ‘제석파난권’이다. 두 작품 역시 절묘한 글씨와 배치가 돋보이는데, 특히 한가운데 탑처럼 ‘南無阿彌陀佛(나무아미타불)’ 글자를 쌓은 모습과 역시 한가운데 독특하게 공간을 비운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의 후반부는 추사의 예술혼을 이어가거나 추사를 연구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인장 화가 이관우의 ‘과지초당’과 ‘불이선란’이 강렬한 인상을 전해준다.

안양/박상일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