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연결 지하도상가 출구 동행
중증 시각장애인 조모 씨의 요청
역무원 1인 근무중 ‘구조적 한계’
KTX의 배려 서비스 등과 대조적

전철 역사와 연결된 지하도상가 출구까지 이동하는 장애인은 어느 지점까지 역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역무원의 관할 구역 범위를 두고 인천 한 시각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중증 시각장애인 조모(35·인천 서구)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35분께 지인을 만나기 위해 인천도시철도 2호선 주안역에 하차했다. 초행길이라 약속 장소인 ‘주안역 지하도상가 8번 출구’를 찾기 어려웠던 그는 개찰구에 달린 호출벨을 눌러 역무원에게 출구까지 동행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조씨는 “역사를 오랜 시간 비울 수 없어 관할 구역인 5번 출구까지만 도와줄 수 있다”는 역무원과 40여분간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8번 출구로 이동할 수 있었다.
조씨는 역무원과 인천교통공사가 장애인을 차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교통사업자·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안전하게 보행·이동하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교통공사는 관할 구역이 아닌 지하상가 출구까지 역무원이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무원이 왕복 15분이 넘는 거리까지 이동하는 동안 역사 내 안전 사고 등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역사에는 휴가와 저녁 식사 등으로 역무원 3명 중 1명만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당시는 주안역 역사에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였고, 역무원은 사고나 화재 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무실을 비울 수 없다”면서 “역무원이 최대한 5번 출구까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조씨가) 역무원에게 차별행위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고성을 질렀다”고 했다.
조씨는 자신이 겪은 일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조씨는 “서울지하철, KTX를 이용할 때에는 환승을 하거나 역사 출구로 향할 때 역무원의 도움을 받았었다”며 “주안역 8번 출구가 지하상가를 거쳐야 해도 주안역의 출구로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의 편의 제공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인천 한 장애인단체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역무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시각장애인 이동 안내 도우미’를 역마다 배치하거나, 사회복무요원 등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KTX는 도착역에서 출구까지 안내하는 ‘교통약자 배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인천 2호선은 무인으로 열차가 운영되고, 역사 내에 실근무 인원이 1명인 경우가 많다”며 “결국 구조적으로 안전사고를 대처하거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충분히 지원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