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3·1 독립정신을 다시 생각할 때

이배용

발행일 2016-02-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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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민족 굳은 신념과 애국심으로
일제에 항거 빼앗긴 나라 되찾아…
선열들 희생정신 깊이 성찰한다면
위기는 기회로, 분열은 화합으로
승화시키는 지혜 발휘할 수 있어
통일시대·희망의 미래 앞당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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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바로 내일이 3·1절이다. 지금으로부터 97년 전 온 민족이 하나 되어 태극기 한 장 손에 들고 일제의 총칼 앞에 분연히 일어나 독립만세를 외치던 날이다. 이 거대한 물결에는 남녀노소, 신분과 계층, 종교와 지역의 차이도 없었다.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굳은 신념과 애국심으로 온 민족이 함께 뭉쳐 일제에 항거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당당한 독립국임을 세계 만방에 알렸고, 민족 자존의 마땅한 권리를 영원히 누릴 수 있음을 자손 만대에 알리게 됐다.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3·1독립정신은 중국, 인도 등 비슷한 처지의 이웃나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고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3·1독립운동 이후 선열들의 계속된 투쟁은 카이로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을 결정할 때에도 막중한 영향을 미쳤다. 왜냐하면 한국이 독립할만한 강렬한 의지와 역량을 갖춘 민족이라는 것을 3·1독립운동 때 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제의 치밀한 준비 끝에 강제로 단행된 1910년 경술국치 때만 해도 세계 각국들은 한국인들이 원해서, 나아가서는 동양평화를 위해서 잘된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것은 일제가 치밀하게 만들어낸 각본이었다. 애초에 1905년 11월 고종황제의 허가도 없는 한·일늑약으로 통감정책이 시행되고 외교권을 박탈하고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막고 외국과 직접 정보를 주고받는 일을 차단했다. 우리 스스로 세계에 어떤 호소도 직접 전할 수 없었다.

또한 1907년 7월 정미 7조약으로 일본인을 정부 각 부처에 차관으로 들여보낸 소위 차관정치가 실시되고 사법권을 박탈당했다.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순종을 즉위시켰다. 이에 항거해 전국에 의병들이 궐기했으나 사법권을 장악한 일본의 잔혹한 탄압으로 희생은 더해가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한 중에 고종황제는 나라가 기울어져가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게 꺾일 나라가 아니라는 자존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왕실의 고문헌들을 모아 황실도서관(후에 장서각)을 세우는 노력을 기울였다. 품격 있는 문화가 있는 나라라는 위상을 세우기 위해 우리 역사를 정리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 일제에 맞서려는 지적 독립운동이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내에 있는 장서각에는 17만여 책의 찬란한 기록유산들이 소장돼 있다.

3월은 안중근의사가 순국한 달이다. 유관순열사를 비롯한 순국선열들을 추모하는 달이다. 이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뿌리가 되고 가지가 되고 열매가 되어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은 나라이다. 어떻게 다시 찾은 나라인데 우리는 안이하게 정쟁만 일삼고 있는가! 예로부터 "무기보다 무서운 것은 분열"이라고 했다. 지금 북한은 핵을 가지고 위협하고 미사일을 날리고 한반도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모든 힘과 마음을 모아도 경제위기, 안보위기, 저출산의 인구위기를 비롯해 당면한 과제를 헤쳐 나가기가 힘든 마당에, 이제 이기심을 버리고 순수한 애국심으로 나라를 다시 찾아준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내 나라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국제관계의 질서가 얼마나 냉혹한데 우리는 아직도 남의 나라에 의지해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광복 70년만의 산업화,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대한민국의 성취는 그냥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역사적 사건이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들이 재현되는 현상을 역사 속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106년 전 빼앗겼던 나라, 다시 35년 만에 찾은 나라, 이 역사의 대장정을 겸허하게 깊이 성찰하고 헤아릴 때 위기는 기회로, 갈등은 상생으로, 분열은 화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마음과 뜻을 모아 나라를 위해, 우리 후손들을 위해 단합할 때 통일과 평화의 시대, 희망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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