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평하게 펴는 ‘겨릿소 농법’
트랙터 없던 1960~1970년 쓰여
학생들 모내기 체험 “친구와 추억”

황소 두 마리가 다랑이논에서 바삐 움직인다. 황소는 농부의 소 모는 소리에 맞춰 논 곳곳을 오가며 땅을 갈아엎는다. 농부는 왼쪽에 선 안소와 오른쪽에 위치한 마라소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려 할 때면 짧은 호흡으로 다그치듯 정해진 길로 이끈다.
강원도를 비롯해 땅이 험준한 지형의 지역에서 발달한 일명 ‘겨릿소 농법’이다. 소 두 마리가 써레를 짊어지고 논을 평평하게 펴는 작업인데, 모내기 철인 5~6월에 주로 이뤄진다.


농기계가 발달한 뒤 자취를 감춘 옛 농업 방식인 ‘겨릿소 써레질’을 재연한 행사가 국립농업박물관에서 21일 열렸다. 겨릿소 써레질은 트랙터가 없던 1960~1970년대에 주로 사용됐다.
현재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는 겨릿소 써레질을 비롯한 홍천의 겨리 농경 문화를 보존하는 단체로, 이날 시연을 진행했다.
보존회 관계자는 “써레질을 하는 소는 멍에를 써야하기 때문에 15~20개월이 되면 일찍부터 논 가는 법을 가르친다”며 “모내기 철이 되면 하루 종일 소가 농사일을 돕는다”고 말했다.


겨릿소 써레질이 끝난 뒤에는 수원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이 손 모내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함께 한 120여명의 학생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다랑이논에 들어서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고무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눌러쓴 학생들은 보리벼와 아롱벼 등 13종의 토종벼를 모판에서 꺼내 논에다 꼭꼭 눌러 심었다.
구운초등학교 6학년 박성원군은 “쟁기 끄는 소를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했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이날 홍천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농경 문화 계승과 지역 농업·농촌을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오경태 국립농업박물관 관장은 “전통 농경문화를 소개하고 어린이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라며 “국립농업박물관을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생활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수요자 관점에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