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매향리갯벌
정부·기업 ‘블루카본 협력사업’
곳곳에 박힌 말뚝, 도래지 훼손
민감한 철새, 은신 못하고 떠나
휴식에 걸림돌… 생존까지 위협

한반도를 찾는 철새가 줄고 있다. 동남아·호주에서 출발한 철새들의 이동 경로상 한반도는 러시아 등 북쪽으로 향하는 핵심 기착지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 중 반드시 거쳐야 하는 휴게소이자 졸음쉼터인 셈이다. 그런데 철새가 중요 기착지를 포기하고 있다. 한반도에 머물 곳이 줄고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경기도 도래지는 철새 최대 방문지 중 하나지만 각종 개발로 위협당하고 있다. 때론 철새 자체가 지역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당하기도 한다. 이 시대의 철새는 어떻게 사람과 공존할 수 있을까. 철새 현황을 파악하고 공존의 방법을 찾아본다.
19일 오후 찾은 화성시 매향리 갯벌. 2~3㎞ 정도 펼쳐진 갯벌에 철새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현장에 동행한 화성환경운동연합 이지윤 활동가가 “저기 진흙처럼 조금씩 일렁이는 게 바로 도요새”라고 소리쳤다.
1분 가까이 진흙 사이 경계를 응시하자,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며 펄 안에 먹이를 쪼아먹는 철새의 모습이 포착됐다.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와 왕눈물떼새 그리고 민물도요까지, 이들 모두 갯벌에서 생활하며 봄에 국내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갯벌 서식 철새들은 대부분 몸이 갈색과 흰색, 검은색으로 이뤄져 있다. 진흙 색과 거의 구분이 안 돼 일정 거리 떨어져 있으면 곧바로 인지하기 어렵다.
도래지인 갯벌에 은신할 때 접근하거나 인접한 각종 위협 요인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보호색’이 형성된 것이다.

만조시간이 되자, 차오르는 밀물을 피하려 날개를 펼쳐 급히 이동하는 철새들의 모습도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도요류 등 갯벌에 은신하는 철새들은 부유능력이 없고, 수영·잠수가 어려운 생태적 특성이 있다. 이들에게 갯벌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생존의 터전이다.
그러나 밀물을 피해 갯벌을 넘어오던 일부 철새들이 곧장 은신하지 못하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매향리 갯벌 곳곳에 박힌 말뚝 때문이다.
마치 가두리양식장처럼 갯벌 위를 빙 둘러 박혀 있는 말뚝은 해양수산부와 기아자동차의 ‘블루카본 협력사업’ 일환으로 형성됐다. 인공적인 울타리를 세워 유속을 감소시킨 뒤 염생식물을 심어 염습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추진됐다. 지난달 환경단체들은 사업이 철새도래지를 훼손한다며 추진을 반대했지만, 최근 완공됐다.
이지윤 활동가는 “철새들은 감각이 굉장히 민감하다. 매우 멀리 있는 인간이나 날아오는 포식자도 금방 알아채고 도망간다”며 “이 같은 말뚝들은 철새들이 마음 편히 갯벌 속 먹이를 먹지 못하고 휴식도 제대로 못 취하는 걸림돌이 된다. 결국 매향리 갯벌의 도래지로서의 역할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건·마주영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