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기’ 표현까지 써가며 수위 높여
김문수도 반대 입장… “쪼개면 발전 못해”
김동연 지사 핵심 공약, 임기내 어려울 듯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설치가 대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전직 경기도지사 출신이 거대 양당 후보로 나선만큼 경기도 요청 정책을 공약에 반영시켜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사기’라는 표현까지 거론하며 직·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김 지사 임기 내에 경기북도 설치가 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일 의정부 태조이성계상 인근 거리 유세에서 “경기북부를 분리하면 엄청난 규제가 완화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라며 경기북도 설치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경기북도 문제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도지사 시절부터 경기북부 분도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에는 ‘사기’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이날 “경기북부를 분리해서 자주적 재정으로 독자 성장을 할 수 있다면 분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각종 규제 때문에 산업 경제가 불리한 상태에서 분도까지 하면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남부와) 균형을 맞추고 안정적인 기반이 만들어지면 그때 가서 분리를 얘기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 분리하면 북부 지역에 세수 재정이 1조 몇천억씩 줄어드는데, 그러면 북부가 더 발전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경기북부를 위해 경기북도 설치가 아닌 주한미군공여지 개발 지원, 평화경제특구 지정 등을 약속했다. 그는 “특별한 희생을 치른 데에 대해 특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도지사가 할 수 있는 게 예산 배정이었다면,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서 경기 북부의 억울함을 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지난 18일 경기·인천·서울·강원지역 공약 1차안에 ‘경기북도 조성’을 포함했지만 최종 발표안에선 제외했다. 김 후보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진행했던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분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경기도를 둘로 쪼개면 발전이 힘들어진다”고 답했는데, 이런 김 후보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경기북부 발전 공약으로는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개발과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건의 등을 내걸었다.
양당 대선 후보들 모두 경기북도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경기도의 경기북도 추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김 지사는 취임 후 경기북도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경기북도 설치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경기도가 요구해 온 주민투표 등은 열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기도가 이재명 후보 등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에 경기북도 설치의 공약 반영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어서,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설득 과정을 거쳤고, 앞으로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 국정 과제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강하게 어필하는 등 도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김태강·하지은·이영지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