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네트워크 붕괴 우려

보증 수리 줄자 정비사업소 휘청

수출 편중 경영전략 수정 목소리

한국인 정서 맞는 가성비 車 해답

노조 “신차 출시 위기감 줄여야”

한국지엠이 사실상 내수시장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리점·정비사업소가 문을 닫는 등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간판만 남은 채 폐점 정리 가게가 입주해 있는 인천 부평구의 옛 쉐보레 전시장. 2025.5.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국지엠이 사실상 내수시장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리점·정비사업소가 문을 닫는 등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간판만 남은 채 폐점 정리 가게가 입주해 있는 인천 부평구의 옛 쉐보레 전시장. 2025.5.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국지엠의 국내 판매 대리점 업체 수가 최근 6년 간 60% 이상 감소하며 사실상 국내 판매 네트워크가 붕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2018년 한국지엠 국내 판매 대리점은 270여개, 영업 직원은 2천여명 규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판매대리점은 90여개, 영업 직원은 890여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말 한국지엠 판매 대리점은 약 60개, 영업직원은 600여명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지엠 내수 판매 차량 대수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17년 13만2천377대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8.57%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만4천495대(점유율 1.82%)로 80% 이상 줄어들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국지엠 차량이 감소하면서, 한국지엠 차량을 전담하는 정비사업소도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 정비사업소는 2021년 12월 기준 423개에서 지난달 말 393개로 줄었다. 2019년에는 38만1천여대에 육박하던 보증수리 입고 대수가 지난해에는 8만6천여대로 77% 이상 감소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지엠이 사실상 내수 판매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지엠은 판매 대리점을 대상으로 이른바 ‘엑시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폐업하는 대리점에 일종의 보상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판매대리점·정비사업소 업계는 한국지엠이 국내 신차 출시 등 내수 판매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23년 국내에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한 이후 명확한 신차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계훈 한국지엠정비사업자연합회 법률담당 고문은 “내수 판매 급감의 여파가 최근 들어 더욱 체감되고 있다. 국내에 풀었던 차량 물량이 줄어드니 수리할 차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정비업체는 엑시트 프로그램도 없어 쉽게 문을 닫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판매대리점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내수판매 활성화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고 가성비가 좋은 신차를 내놓는 게 해답”이라며 “남아있는 대리점과 영업사원들의 생존을 위해 한국지엠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지난달 부평공장 수출 생산 물량을 2만1천대 추가한 데 이어, 최근 1만여대 더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수출 물량은 계속 늘리면서, 정작 내수 판매와 관련해서는 신차 출시 여부 등 뾰족한 계획이 없다”며 “한국지엠이 조기에 신차를 출시하고, 부분 변경 모델이라도 적기에 한국에 내놔야 내수 시장 위기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국지엠대리점협의회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영업 네트워크 운영 및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사업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