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구 장항습지

여름·겨울 수만 마리 주요 서식지

길이 7.6㎞ 시야 트여 천적 한눈에

멸종위기종 조건 충족 람사르습지

환경단체 정화활동중 발목 절단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습지. 2025.05.19/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습지. 2025.05.19/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수만마리의 철새가 고양시 장항습지에서 쉬었다 간다.

19일 오후 찾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습지에서도 한강 하구를 따라 길게 이어진 철책선 뒤로 새들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봄을 맞아 논갈이를 마친 논에는 왜가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가도 순식간에 먹잇감을 낚아챘다. 물이 찬 논에서는 흰뺨검둥오리 세 마리가 둥둥 떠다니며 휴식했다.

흑두루미, 재두루미부터 겨우내 머무르는 큰기러기, 쇠기러기도 있다. 추위를 피해 한국으로 날아온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들은 여름이 오기 전인 지난달 중순께 원래 살던 러시아와 시베리아로 돌아갔다.

장항습지가 철새 도래지가 된 것은 국내 최대 선버들 군락지를 비롯해 갯벌, 갈대밭, 논 등 다양한 생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람의 발길이 아예 닿지 않은 점도 한몫한다.

특히 길이만 7.6㎞에 달하는 탁 트인 땅에서는 천적의 접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논에 주로 머무르는 철새들을 위해 농사를 마친 땅에는 물을 가득 받아놓는데, 이는 첨벙하는 물소리로 적이 온 것을 파악하는 새들의 예민한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덕분에 장항습지는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라 지난 2021년 국내 24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국제 멸종위기종의 전 세계 개체군의 1% 이상이 주기적으로 도래하고, 매년 2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는다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관찰한 습지의 사정은 멀리서 본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갯골에는 굽이진 물길을 따라 초록색 플라스틱 병, 하얀색 스티로폼 등 부유물이 떠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비닐 사이에서 새가 먹이를 쪼아먹는 모습도 보였다.

습지의 환경 보존이 어려운 것은 쓰레기 사이에 북한 지뢰가 섞여 있어서다. 지난 2021년 한 환경 단체가 습지 환경 정화 활동을 위해 이곳에 들어갔다가 지뢰가 폭발해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함께 방문한 화성 매향리갯벌도 펄로 진입하는 둑 인근에 플라스틱 컵, 비료포대, 컵라면 용기 등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매향리갯벌의 경우 과거 둑을 둘러싼 군사용 철조망이 철거된 후 방치돼 갯벌 인근에서 경작하는 농민들의 농촌 쓰레기와 캠핑 등 목적으로 오는 관광객들의 생활폐기물이 뒤섞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생태연구소 이사인 이한수 박사는 “사람이 사는 곳과 가깝다는 이유로 습지들이 대규모로 개발되면서 생물들도 같이 사라지고 있다”며 “철새를 포함한 물새류에 있어 습지는 먹이터, 피난처, 번식지 등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적극적인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주영·고건기자 mango@kyeongin.com